두 청년이 교로리 끝 종점이자 대호방조제의 첫머리인 이곳 정류장에 도착해 내렸을 때, 서해 바다 풍경은 늦가을의 저녁노을이 바다 쪽으로부터 붉다랗게 막 붓질을 한 것처럼 번져 가고 있었다.
물 빠진 갯벌 위에 도드라지게 드러난 빨갛게 물든 저 멀리 나문재의 진풍경이 곁들어 왔다. 대자연이 펼치는 오묘한 교향곡이라고 부른다면 딱 어울리려나.
맨 뒷꽁지로 내린 그들의 눈에 보이는 저 바닷가는 어느 구석 할 것 없이 그전에 한번 보았던 터라서 그리 낯설게 보이지 않았다.
뻘밭에 단풍 든 나문쟁이들이 뒤덮다시피 한 갯자락. 하늘과 맞닿은 황해 바다 수평선은 그야말로 단풍 바다 모양 시시각각 황혼의 농익은 자태를 꼬리로 마음껏 희롱질쳐 대며 마치 처녀의 젖꼭지를 처음 건드릴 때 그 혓바닥에 와 감돌던, 말로만 들어왔던 그 순결한 마른침! 바로 그거였다. (p 8~9)
이제 황해에서 부는 바람 소리가 뱃고동처럼 팡팡팡 거세어질 날도 머지않으리. 이난영의 유달산 거시기 ‘목포의 눈물’에까지 느려 터지기만 한 장항선 열차의 속도는 당진을 거쳐 서산으로, 홍성으로 해서 냅다 내달린다 해도 고속도로 위를 씽씽 달리는 자동차를 도저히 이길 수는 없을 터. (p 38)
또 바깥세상 모습이 얼마나 보고도 싶겠어, 잉? 봄날은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바람으로 오는 것이다. 동네 산골짝 소나무 밑동 음지 녘이나 뒤란 대숲 언저리에 까뭇까뭇 남아 있으려나, 그 눈곱쟁이만큼 왔던 눈이, 혹은 모르것네, 장광 밑 소래기 한 편짝에는 오도카니 남아 있으려는지, 당최 없을 겨, 눈 비비고 찾아봐 지금쯤 어디 뵈나. (p 14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