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햇살의 산수유가 화들짝 피었습니다. 빛도 못 받는 담 밑엔 야리야리한 개나리꽃도 피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꽃들을 피웠는지 화단의 연산홍과 철쭉도 토실토실한 몽우리로 물올라 있네요. 조경이 아름다운 울 아파트만 돌아다녀도 힐링 되듯 기분 좋아지건만, 아파트 십육 층 꼭대기에 콕 박혀 있다 보니 정작 아파트 마당에 봄이 온 걸 몰랐습니다. 코로나로 나라마다 얼음 되어 있지만 자연의 위대함은 무한합니다. _「말 잘 듣는 착한 어른」 중에서(53쪽)
“저 왔으니 제 손 잡아 주세요. 슬프지 않도록 제게 주신 성령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쁨과 즐거움 잃지 않게 해 주세요. 남편은 없는 게 아니라 잠시 하느님 나라로 출장 갔거니 생각하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엄마 모시고 변함없이 밝은 생활로 꿋꿋하게 살아가렵니다. 그립다고 오는 것도 아니고 운다고 오는 것도 아니니, 그저 제 마음속에 묻어 놓고 그의 영혼 위해 기도하며 그의 몫까지 살겠습니다. _「절반의 인생」 중에서(57쪽)
저분들도 젊었을 땐 아름다운 꿈 많은 소년 소녀 시절이 있었을 테지요. 살아오면서 젊은 청춘을 불사르던 시절이 있었을 테지요. 아마 친구들 만났을 때만이라도 분명히 젊음을 되살려서 빛바랜 옛날 학창 시절의 모습을 생각하며 희미해진 과거 속의 이야기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울 겁니다. 흘러간 강물은 되돌아오지 않지만,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가슴이 설레는 과거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으로 알알이 익어 가는 즐거움을 찾습니다. _「내가 사랑하는 여고 동창들」 중에서(97쪽)
아름다웠던 소녀 시절 얘기부터 아롱이다롱이 자식들 키운 얘기로, 근심 걱정으로 시집장가 보내는 애기로, 재롱둥이 귀요미 손주들 이야기로 꽃피우다가 어느새 삼식이 남편들 얘기로 넘어가는 씁쓸한 황혼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월 따라 얘깃거리도 달라지더니 이제는 칠십이 가까워 오는 인생의 여로에서 우리들의 진짜 희로애락이 신랄하게 펼쳐집니다. “각방 쓴 지 오래됐어.” _「내 인생의 동반자」 중에서(1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