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은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심한 고통과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피로감, 점점 흐려지는 기억력과 사고력을 극복하기 위해 힘들게 싸우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안타까운 사실은 시중에 아직 까지 소염진통제, 마약성 진통제, 항우울제, 항경련제 복용 외엔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약물 치료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고, 더욱 염려스러운 점은 이런 약들이 섬유근육통을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섬유근육통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과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 보길 원한다. (p.31)
1990년 섬유근육통 진단 기준에선 위 그림에 표시된 18군데의 포인트에서 11개 이상의 압통점이 발견되어야 하고, 몸을 5구역으로 구분했을 때 모든 부위에서 통증이 나타나야 되며, 이런 전신 통증이 3개월 이상 진행되어 왔어야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정했다. 흥미롭게도 ACR 1990 진단 기준에서 언급된 18곳의 압통점은 한의학의 경혈의 위치와도 일치한다. (p.39)
만약 통증을 일으키는 해로운 자극이 오랜 기간 계속해서 우리 몸을 공격해 오는 경우, 인체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섬유근육통 환자들에게 통증이 처음 시작되고, 이후에 점점 심한 통증으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심한 통증을 겪게 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섬유근육통을 일으킬 수 있는 유발 인자는 다양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우울증, 불안증 같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갑상선 기능저하증, 감염, 반복되는 작업, 교통사고나 수술 같은 신체적 외상, 유전적 요소 등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유발 인자 때문에 섬유근육통이 시작되지만, 결국엔 모두 한 가지 과정을 거쳐서 섬유근육통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그 과정은 바로 근육에 분포되어 있는 말초 혈관에 혈액 공급이 저하되는 현상이다. (p.100)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고 있을 때 혈액 순환이 우상향으로 개선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다리를 상온에 방치했을 때보다 무려 3배 이상 혈액 순환이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서 신체를 40°C 정도의 따뜻한 물에 담그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혈액 순환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44명의 섬유근육통 환자들에게 60°C 사우나에서 일주일 3회(매회 15분씩) 사우나를 하고, 따뜻한 수영장 물속에서 아쿠아로빅을 일주일에 2차례 하도록 마련하였다. 그리고 12주 뒤에 섬유근육통 환자들의 통증과 삶의 질을 조사하였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p.117)
특히 건강한 사람보다 섬유근육통 환자군에서 침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났는데, 침을 놓은 지 3분이 경과했을 때 섬유근육통 환자군의 근육 혈액 순환은 무려 110%까지 증가되었고, 침 치료를 받는 20분 내내 근육 혈액 순환은 90% 이상 증가된 수치를 유지하였다. 이렇게 근육의 혈액 순환을 극적으로 향상시켜 주는 침 효과는 섬유근육통 환자들의 근육 통증과 관절 경직을 개선해 주는 데 큰 도움을 준다. (p.134)
마약성 진통제가 더 큰 통증을 유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몸의 중추 신경계에서 마약성 진통제의 진통 효과를 감소시키는 신경펩티드(neuropeptides)를 분비하기 때문인데, 더 많은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면 투여할수록 더 많은 통증 유발 물질을 분비하게 됨으로써 결국엔 마약성 진통제의 진통 효과를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더 심한 통증을 불러오게 된다. (p.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