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 스님은 환한님을 석가모니와 동일시했고, 그와 더불어 이야기의 기본 바탕을 불교식으로 바꿔 버렸다.
불교식으로 재구성되었다고 보는 근거로는 제석(帝釈)이나 웅(雄), 천왕(天王), 천부(天符), 여성의 낮은 지위(신채호, 『조선상고사』, 108쪽), 1908세(앞의 책, 126쪽), 홍익인간(弘益人間)(정혜정, 174쪽. 미주 5」 참조), 동물과 여성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따위를 들 수 있다. 단순히 인물을 동일시하고 호칭이나 직위, 관련된 낱말들만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야기의 차림판도 바꾸고 그 위에서 모든 것을 재구성했다. 그런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빼 버렸다.
그 결과 단군왕검 이야기는 맥락이나 뜻이 통하지 않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인물의 위상이 바뀌는 등 수없이 많은 문제점이 생겨났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한님은 그 자신뿐 아니라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 관계, 임금과 백성의 관계도 이상하게 되어 버렸다. 자신이 담당해야 할 역할도 달라졌다. 즉, 환한님은 환웅천왕이 됨으로써 빛으로서의 다스림은 빠져 버렸고, 그 대신 석가세존처럼 동물이나 여성의 소원을 들어주고 자비를 베푸는 역할로 그 역할이 바뀐 것이다.
그에 따라 ‘홍익인간’의 본뜻도 달라졌다. (154-15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