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하고 본받을 수 있는 인물을 묘사할 때에도 낙락장송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소수서원에서 학문을 배우는 이들이 수백 그루의 잘 자란 소나무들처럼 낙락장송이 되어 세상 속의 푸른 소나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심긴 듯 느껴졌다. 소나무는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푸르르게 견디어 내기에 선비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나무라고 하여 ‘학자수’라고도 불린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참 추운 시절이 있다. 인생의 어려움과 고된 시절을 지날 때에도 중요한 것을 잊지 않고 나의 삶에 충실히 정진하는 태도는 단순히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그 추위는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온다. (23쪽)
마음이 소란스럽고 어려울 때,
씻기어지지 않는 그 무언가로 참 괴로울 때,
옥산서원 대청마루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다 보면
나의 마음에도 한 그루의 향나무가 심긴다.
깨끗하고 맑게 하는 향나무의 청향이
품성에서 넉넉히 배어 나오는 그런 마음.
옥산서원에는 향나무가 심겨 있다. (113쪽)
그이가 곧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풍파마저 견디어 낸다면, 감히 시간조차 흩어 갈 수 없는 힘을 지니게 된다고 믿는다. 퇴계는 험난한 삶의 과정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고, 그의 철학과 가르침을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다.
열매는 쉽게 맺히지 않는다. 시린 추위도, 뜨거운 더위도, 비바람 부는 폭풍우도, 끝없는 기다림도 이겨 내야 마침내 열 매가 맺힌다. 그 사람이 하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맺는 열매를 보는 것이다. 고난의 시간 속에 있다면 이것을 견디어 낸 그 내면의 힘으로 영글어 익을 열매를 향해 시선을 돌려 보길 바란다. (1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