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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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후는 아무나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를 잘한다. 물론 처음에는 어 미가 시켰겠지만. 두 손을 모아 배꼽 위에 올리고 머리를 땅에 닿을 정도로 숙이며 “암명.” 한다. 콩알만 한 게 깜찍하게 인사하는 걸 싫 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한번은 놈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안에는 젊은 여자 혼자 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며 놈은 예의 그 배꼽인사를 또 했다. 20 대 후반? 아니면 30대 초반쯤 보이는 멋쟁이 여자는 처음에는 상황
파악이 잘 안 된 듯 멀뚱히 쳐다만 보더니 이내 표정이 환해지며 손 뼉을 친다. “어머어머! 아이 예뻐, 아이 예뻐. 몇 살? 아이 귀여워, 아이 귀여워. 이름이 뭐지?” 나는 그렇게 좋아하는 걸 처음 봤다. 마 음 같아서는 꼭 껴안고 깨물어라도 주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다른 사람이 내 손자를 좋아하면 나도 그 사람이 좋다. 귀엽 다고 예쁘다고 칭찬하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그러나 배꼽인사 를 하는데도 별 반응 없이 냉랭하게 대한다면 참 밉다. 어유, 멋대가 리 없기는. 활짝 웃으며 반기면 어디가 덧나나? 돈이 드나? 그게 뭐 힘든 일이라고. 그럴 리야 없겠지만, 어린것이 무안해 할 것 같은 걱 정으로 나는 쓸데없는 조바심을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진후. 마땅히 모든 사람들이 귀여워 해 주어야 할 것 같은 우리 손자. 오늘도 팔불출 할아버지와 똑똑하고 영리한 손자 진후는 손을 잡고 신문을 사러 마트로 향한다. -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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