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쩌다 우리 시대 살아 있는 극음악(음악극)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의아하다. 다만 그 출발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였고, 뒤돌아봄 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였다. 극음악과 음악극에 대한 정의가 각양각색이지만, 나는 ‘극음악’을 대사와 연기 중심의 극에 부수되는 음악으로, ‘음악극’을 노래와 음악 중심의 극으로, 내심 정의를 내린다. 공연 현장은 예술가, 관객, 비평가 등 삼위일체의 공감대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그중 어떤 역할이든 기회가 되는대로 열심히 참여하였다. 그리고 결과물을 연구 논문으로 남기려고 애썼다. 작가나 작곡가에게 대본이나 악보를 제공받아서 이를 서사학과 음악학의 관점으로 융합하여 분석 연구하는 과정은 그리 녹록하지가 않았다. 이와 반대로 내 곡을 악보로 제공 요청을 받았다면 미묘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논문 작성의 욕구가 생기는 좋은 공연에는 늘 공연예술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료를 요청했고, 또 자료를 건네받기까지 참을 인(忍) 자를 가슴에 새기면서 오래 기다렸다. 공연 실황을 몇 번이고 반복해 들으면서 재기(再記)하고 사보(寫譜)하기도 하였다. 논문이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되어 별쇄본을 들고 도움을 주신 분들께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될 때면, 한층 두텁게 쌓은 관계 덕분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렇게 만났던 이자람, 남인우, 한아름, 황호준, 서재형, 김성녀, 황강록, 이종열, 유인수, 이선영, 박소영, 남영호, 최우정, 고선웅, 한승석, 정복근, 왕기석, 홍정의, 한태숙 등 기라성 같은 공연예술가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간다. 그들이 건재했기에 공연 예술의 현장은 뜨거웠었고, 덩달아 연구 의욕의 고취도 뜨거워졌다. 적잖은 요구에 과분한 화답으로 격려해 준 이 모든 분들께 몇 번이고 거듭 큰절을 올리고 싶다. 지금까지 연구해 온 논문들 중에서 다섯 편을 골라내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어떤 선정 기준은 없었다. 책 제목으로 내세운 『하루키 소설 속 음악의 숨은 이야기』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하루키 연구 논문 두 편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되었다. 나머지 보론(補論)으로 뽑은 네 편의 논문은 창작극, 창작 뮤지컬, 창극, 현대무용 등 장르별로 쓰인 음악에 대한 사적인 선호에서 선택되었다. ㅡ여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