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안의 첫 시집 「은유로 나는 고추잠자리」는 서점에서 시집 진열대가 사라져가는 현실 속에서 독자를 찾아나서는 길 찾기이다. 시가 대중들에게 외면 받게 된 현실은 시인들의 시가 이해하기 어려운 암호처럼 난해해졌거나, 너무 흔해 개성이 없어진 시를 쓴 이 시대 시인들의 책임도 있고, 마음에서 시를 음미할 여유가 없을 만큼 돈과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현대인들에게 시가 더 필요한 시대는 아닐까? 시인은 그렇게 반문한다. 물질적 가치가 정신적 가치를 압도하는 현실 속에서 시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 시대에 시가 외면 받는 것은 양적으로 적게 창작되기 때문이 아니다. 대중들이 사랑할 수 있는 좋은 시가 적기 때문이다. 유태안 시인은 이런 현실에서 시가 대중들의 사랑을 회복하는 길은 대중들에게 좋은 시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라 믿는다. 좋은 시가 어떤 시인지 객관적으로 개념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개념화 전에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는 시를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작업은 시가 다른 예술장르와 구별되며 사랑받을 수 있는 고유 영역을 찾아내서 활성화 시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30여년을 시를 쓰고 헤매며 유태안 시인은 시의 본래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 은유적 인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상상력을 통해 시인의 내밀한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삶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개성적 인식을 서로 공감하고 공유해 나가는 시가 좋은 시이고, 이러한 확장이 상실한 인간성에 대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유태안 시인에게 시 쓰기의 일차적 관심은 자와와 세계의 관계 회복이다.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자연 환경으로부터 소외되고, 인간들 사이의 정과 신뢰를 잃고, 은유적 세계에서 멀어져 고독하게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유태안 시인에게 「은유로 나는 고추잠자리」는 30여년의 시 창작 기간 동안의 첫 개인 시집이다. 그동안 시의 본래 모습을 헤매며 찾아다닌 과정이기도 하다. 때로는 인간의 내면생활에 대한 감각적 인상과 형언할 수 없는 직관을 환기하고자 상징적 이미지에 천착하기도 했고, 한 개인이 세계를 어떻게 수용하고 대응하면서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서사적인 방법으로 다가가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래서 「은유로 나는 고추잠자리」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으로 관찰하고 비판하며 쓴 자기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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