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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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텔레비전 좀 틀어 봐! 일기예보를 들어 보구 마댕이 순서를 정해야 할 텐데…….”
“아이구, 그 일기예보를 머이 통 믿을 수 있어야지! 하여간 오늘은 콩부터 꺾어요.”
최씨 내외는 지게를 걸머지고 숫돌과 낫을 들고 굴아우 밭으로 콩을 수확하러 떠난다. 굴아우골은 작은 골을 형성하고 있는데, 골 중심부에 작은 바위굴이 하나 있어서 붙여진 골의 명칭이다.
덕거리는 골과 골 사이에 형성된 부락으로 좁은 평지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산자락으로 형성된 비탈밭을 많이 경작하고 있다.
“머이 하머 콩이 온 사방에 튀었네! 야물게 여물었는데 갈이 가물어서 그런지 아주 버쩍 말라서 몽지리 튀게 생겼네야.”
“글쎄, 그렇다니깐요! 아즉은 초갈긴데도 이러니 원 참.”
“하여간에 갈 날씨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니 참! 쟁끼들만 신이 나서 다 쪼아 먹게 생겼네.”
덕거리는 꿩이 참 많은 마을이고, 겨울이면 마을 사람들의 꿩사냥이 예전에는 제법 많아서 겨울을 요긴하게 보내기도 한다.
최씨 두 부부는 부지런히 낫질을 하며 콩을 베기 시작한다. 덕거리에서는 콩 베는 것을 ‘콩을 꺾는다’고 한다. 낫으로 마른 콩대를 대고 앞으로 꺾으면 수월하게 베어지므로 꺾는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콩을 벨 때마다 마른 콩 줄기에서 콩이 밭으로 떨어지고 콩이 다 베어지면 일부는 손수 줍기도 하지만, 콩이나 새 먹이로 밭에 그냥 두기도 하며 자연과 환경과 공존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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