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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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은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음악에 취할 수 있어 좋다. 삶의 부족했던 여유를 커피 한 잔의 여유로움으로 음악과 함께 달래고 커피 한 잔의 행복이 음악과 함께 피어오른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결코 화려하고 운치 있는 곳이 아니어도 좋다. 값비싼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아니어도 좋다. 홀로 나를 바라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면 좋고, 커피 한 잔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좁은 차 안이라도 그 속에서 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면 좋고, 행복 잎을 닦아 내며 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시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비 오는 날의 작은 카페는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언덕 위에 세워 둔 차 안이 되고, 흐르는 음악은 행복의 선율이 된다. 그런 순간에는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라고 외치고 싶고 만질 수 없는 마음을 들춰내어 이 세상 가장 넉넉한 마음의 집을 짓고 있다.
비 오는 날은 산자락에 구성진 가락이 흘러서 좋다. 비 오는 날 흘러내리는 물소리 쫓아 산길을 오르다 보면 신록의 속삭임은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비와 부딪히며 적막강산인 산자락에서 비와 나무의 한바탕 잔치가 나 홀로 객을 맞이한 채 신나게 벌어진다. 그 어울림에 한바탕 땀을 쏟아내고 나면 풋풋한 향기가 온몸을 엄습하며 가슴속 오염된 구석을 상큼하게 씻어 내어 준다. 나는 청승스럽게도 비 오는 날 홀로 산에 오르는 것을 그래서 좋아한다. 배낭에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비옷도 입지 않은 채 걷다 보면 내가 비가 되고 비가 내가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다 잠시 비가 그치면 아스라한 운무 속에 갇혀 화려한 군무를 추며 꿈결에 젖어드는 경이로운 풍경에 내가 신선이 됨을 느낄 수가 있다.
- 비 오는 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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