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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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 작대기로 매 맞는 돌쇠
“이놈아, 언제부터 글을 배웠느냐?”
“얼마 안 되었습니다.”
“글을 누구에게 배웠느냐?”
“예, 사랑방 할아버지에게 배우고 있습니다.”
“이놈이, 발칙(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함)하게 허언(虛言 빌 허, 말씀 언 : 거짓말)을 하고 있어. 네놈이 감히 아씨를 넘보고 있지 않느냐?”
돌쇠가 행랑채 기둥에 서 있는 채로 묶여 있고, 그 뒤에서 이 대 감이 지게 작대기를 가지고 호령(號令 부르짖을 호, 영 령 : 큰소리로 꾸짖음)을 하고 있었다. 근래 들어 달이 아씨와 돌쇠가 내통(內通 안내, 통할 통: 남녀가 몰래 정을 통함)을 하여 몰래 만나고 있고 언문도 가르쳐 준다는 소문을 어디서 듣고 와서는, 득달같이 돌쇠를 불러 묶어 놓았다.
“장쇠야 ,저놈에게 매를 때려라. 여기 작대기 있다.”
“예에? 돌쇠를 때리라굽쇼?
“그래, 이놈아! 어서 이 작대기로 흠씬 때리거라.”
소도둑으로 몰려
갑자기 산 아래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고 횃불이 보이면서 징소리와 꽹과리 소리가 나는데, 돌쇠와 달이는 깜짝 놀라며 아래쪽을 쳐다보았다.
“아이구, 아씨. 우리가 소도둑으로 몰린 모양입니다. 어떡하죠. 도망가야죠.”
“에구에구, 이걸 어쩌나, 이 산이 높던데. 어디로 도망친단 말이냐.”
돌쇠는 대꾸대신에 소를 몰아세웠다.
“이랴, 이랴.”
돌쇠가 소를 앞세워 깊은 산길로 마구 달아나고 그 뒤를 이어 달이 아씨도 헐레벌떡 뒤따라간다.
“돌쇠야. 숨넘어간다. 아이고, 나 죽겠다.”
“안 돼요, 아씨. 빨리 가야 합니다.”
돌쇠는 달이 아씨를 번쩍 들어서 소 등에 올라 태웠다.
물에 빠진 달이 아씨와 돌쇠
“아씨, 물에 들어가더라도 절대 겁먹지 말고 누렁이 등에 꼭 붙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마. 그런데도 어째 자꾸 겁이 난다. 겁이 나.”
“괜찮을 겁니다. 물이 깊다 하더라도 누렁이까지 빠지진 않을 것입니다요. 마음 푹 놓으세요.”
돌쇠는 만용(蠻勇 오랑캐 만, 날랠 용 : 사리를 분별하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용기)을 부리며 누렁이의 고삐를 잡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살이 세지 않아 그럭저럭 건널 만했다.
“아씨, 무섭지 않지요”
그 순간, 아씨가 대답도 하기 전에 누렁이와 돌쇠가 물속으로 푹 들어갔다.
“어어, 어어엌!”
“돌쇠야, 아이고 사람 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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