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쓰인 글은 내 삶의 일부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이 모든 글은 내 머리에서 나오지 않았다. 글은 영혼의 울림이다. 어느 순간 울림이 들리면 나는 그대로 적어 내려갔을 뿐이다. 그렇게 마무리 짓자 울림은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쓴 글을 머릿속에서 다시 끄집어내지 못한다. 바로 영혼의 울림이란 증거다. _‘서문’ 중에서
매섭던 지난겨울
대지 품에 안겨
꿈을 꾸던 개나리는
볼에 닿는
다사로운 바람에
알을 깨고 나온다
(중략)
아직 못다 꾼 꿈 아쉽지만
개나리는 눈을 뜨고
꿈보다 더 찬란한
새봄을
가슴에 담는다
_「매섭던 지난겨울」 중에서
인생은
강 위에 떠 있는 쪽배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고
물결 이는 대로 흔들린다
사공은 노 젓는 것도 잊은 채
드리운 낚시찌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물안개는 꿈결처럼 아스라이 퍼져 나간다
새벽 미풍에도
작은 배는 이리저리 빙그레 돌고
어느덧 배는
강 한가운데
처박혀 있다
_「인생은」 전문
빛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자궁에서 나와 눈을 뜨자 생명이 열리고 마지막 순간 눈을 감으면 생명이 닫힌다. 그래서 빛은 생명의 시작이고 생명의 끝이다. 그래서 빛은 생명이고 암흑은 죽음이다. 빛으로 세상이 열리고 암흑으로 세상이 닫힌다.
빛으로 세상을 보고 빛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빛은 감각의 시작이며 빛은 지혜의 원천이다. 빛을 보고 느낄 수는 있지만 빛을 만질 수 없다. 빛은 가만히 있지만 빛을 잡을 수 없다. 빛은 어느 곳에나 널려 있지만 빛을 담을 수 없다.
빛의 시작은 알 수 없고 빛의 끝도 알 수 없다. 빛은 시간의 시작이고 시간의 끝이다. 그래서 빛은 우주의 시간 속에서도 영원하다.
_「근원의 빛」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