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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정없는 남자

    • 저자
      김재희1
      페이지
      336 p
      판형
      130*220 mm
      정가
      12800원
    • 출간일
      2018-08-16
      ISBN
      979-11-5776-600-0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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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언제나 내게 환하게 웃어주던 그 남자, 표정과 함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2006년 《훈민정음 암살사건》으로 등단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김재희는 이후 《경성 탐정 이상》 연작과 역사추리소설 《색, 샤라쿠》, 정통 경찰추리물 《섬, 짓하다》와 《이웃이 같은 사람들》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장편 미스터리를 꾸준히 발표하며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김재희가 2016년 발표한 서정스릴러 《봄날의 바다》의 연장선에 있는 《표정없는 남자》의 부제는 ‘가을날의 들꽃 같은 사랑’이다. 연인 사이의 애정과 갈등, 아픔과 극복이 작품 전면에 드러나 있지만, 그 배경에 자리한 사회적 문제들을 넓고 깊게 파 들어가는 《표정없는 남자》는 또한 본격적인 감건호 프로파일러 시리즈의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경찰에서 밀려난 뒤 종편채널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때로 패널로 동분서주 사생결단 활약하는 생계형 민간 프로파일러 감건호, 그가 《봄날의 바다》 이후 2년 만에 다시 독자를 찾아왔다. 프로그램마다 조기종영을 맞자 감건호는 10년 전 실종된 성범죄 전과자와 그 아들 윤준기의 미스터리를 자신의 방송에 활용할 생각으로 청년이 되었을 윤준기를 추적하며 시청률 확보에 승부를 건다.
출판사 편집자 김유진은 우연히 8살 연하의 윤준기를 만나 그의 적극적인 대시를 받는다. 좀처럼 치유되지 않는 가족사의 아픔으로 대인관계의 문을 닫고 지내던 유진은 비슷한 상처를 지닌 준기에게 서서히 열려 가고, 준기는 유진에게 완전한 교감과 소통의 관계와 장밋빛 내일의 꿈들을 이야기하며 극진한 정성을 쏟는다.
관계가 진전되자 준기는 유진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생활을 통제하려 하며, 거부반응을 보이면 유진에게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행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곧바로 사과하고 자책하며 과거의 아픔을 고백하는 준기에게, 유진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 관계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 와중에 서로의 내면 깊은 곳에 감춰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숨겨온 비밀이 한꺼풀씩 드러나고, 끝을 모르고 폭주하던 준기는 막다른 곳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행하는데...

▮ 추천의 글

사랑과 폭력의 애잔한 서사

외로움만큼이나 피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관계, 그 안에서 핀 사랑은 어쩌면 처음부터 굴절된 모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모름지기 집착이 아니라 연인에게 주는 자유가 되어야 한다.
김재희 작가는 발품을 팔며 범죄심리학 자료를 연구하고 프로파일러와 사건 관계자들을 취재하며 연인 간에 벌어지는 데이트폭력에 천착했다. 그 열매인 《표정없는 남자》는 인간과 인간의 기본적인 소통, 그리고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해 진지하게 묻고 답한 소설이다.
— 양수련,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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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연세대학교 졸업,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영상시나리오학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시나리오작가협회 산하 작가교육원에서 수학했다. 시나리오작가협회 뱅크 공모전 수상, 엔키노 시놉시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강제규 필름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한국추리작가협회 편집위원과 이사직을 역임했다.
2006년 ‘한국 팩션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데뷔작 《훈민정음 암살사건》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래 역사 미스터리에 몰두, 《백제결사단》, 《색, 샤라쿠》, 《황금보검》 등을 집필했다. 경성을 배경으로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경성 탐정 이상》으로 2012년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2016년 《봄날의 바다》로 한국 서정스릴러 장르의 지평을 넓혔고, 이어 발표한 《경성 탐정 이상 2: 공중여왕의 면류관》이 그해 세종도서 문학나눔 부문에 선정되었다. 2017년 《경성 탐정 이상 3: 해섬마을의 불놀이야》를 발표해 탐정 이상 시리즈를 순항궤도에 올리며 ‘김재희 추리월드’를 열었다.
2018년 《유랑탐정 정약용》과 《섬, 짓하다》(2014)의 후속작 《이웃이 같은 사람들》을 발표했고 역사추리소설 《색, 샤라쿠》가 영화로 제작 중이다.
《경성 탐정 이상 4》를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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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만약에 몬스터가 묻는다면 7
2. 비누향이 주는 의미 25
3. 마음을 해부해 보여줄 수 있을까 29
4. 나이 들고 싶지 않다 33
5. 그녀, 만나다 47
6. 올림픽공원에서의 수풀 속 밤 산책 75
7. 너와 나 단둘의 비밀일기 101
8. 잠 못 이루는 밤의 연속 123
9. 그의 또 다른 얼굴 141
10. 복수는 너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 173
11. 스톡홀름 증후군 177
12. 그에 대해 모르고 있던 사실들 202
13. 삼켜버린 빨간 독사과 231
14. 함백산에서 피어난 겨울 야생화 268
15. 형광 물고기의 변종 299
16. 가을날의 들꽃 같은 사랑 311
사랑과 폭력의 애잔한 서사_ 양수련(추리소설가) 327
집필후기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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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영화 〈몬스터 콜〉을 보고 꿈을 꾸었다. 

괴물이 물어본다. 너의 비밀은 무엇이냐고. 

나는 열네 살에 이불에 소변을 쌌다고 말해준다. 괴물은 고개를 젓는다. 

다른 비밀이 있다고 한다. 

나는 말한다. 열네 살에 집 근처 공터에서 불을 질러본 적이 있다고.

괴물은 다른 게 있다고 한다. 나는, 고민을 한다. 

그런데 그 비밀을 숨기고 싶었다. 다른 비밀을 말하겠다고 맘을 먹었다.

나는 선물을 좋아한다. 어릴 적에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어서 선물을 좋아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강아지, 베이비, 아이돌. 그들의 공통점은 존재만으로도 선물을 받는다는 것.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호감을 얻는다는 것.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게 한다는 것.

난 거기에 하나 더 적어 넣는다. 윤준기. 나 자신도 대가 없이 선물을 받는다. 밝고 긍정적이고 늘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니까.

(8-9쪽, 〈만약에 몬스터가 묻는다면〉 중)

 

 

그들은 침대에 나란히 1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앉았다. 음악이 둘 사이를 감싸는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머리 만져 봐도 돼요? 여친 생기면 긴 머리 쓰다듬어 보는 게 꿈이었어요.”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준기는 조금 다가와 손을 뻗어서 유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기분이 안정됐다. 준기는 휴대폰을 껐다. 

“전화 꺼놔요. 우리 둘만 있고 싶어.”

유진은 휴대폰을 껐다. 준기는 가만히 손을 들어 눈을 감은 유진의 눈꺼풀을 만졌다.

“키스해도 돼요?”

유진은 말없이 있었다. 준기는 떨리는 눈꺼풀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손을 당겨 유진을 안았다. 

“일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만 내 속마음을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외로웠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힘들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게 점점……. 이러다 나만 고립되는 거 같아.”

“도와줄게요. 난 그 시절을 겪어봐서 알아요. 그럴수록 스스로 빠져나와야 돼요. 처져 있으면 누가 도우려고 안 해요. 먼저 손 내밀고 아프다고 해요. 곁에 있을게요.”

준기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매일 이렇게 같이 있고, 같은 꿈을 꾸고 싶어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라는 영화에서, 한 직장에 근무하는 남녀가 같은 꿈을 꾸고 그걸 매개로 사랑에 빠져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유진은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알 것 같았다. 

(115-116쪽, 〈너와 나 단둘의 비밀일기〉 중)

 

 

감건호는 유진의 잔과 자신의 잔을 나란히 놓았다.

“두 개 중 왼쪽의 것이 서울, 오른쪽이 시골 산간지방입니다. 어디가 더 성범죄에 관대할까요.”

“방금 고립될수록 더 죄인으로 몰고 간다면서요.”

“아뇨, 사실은 오른쪽 시골이 관대하죠. 할아버지들이 다섯 살 어린아이 성기를 잡고 고추 뗀다는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은요? 재판에 회부되죠. 물론 지금은 시골도 많이 바뀌었죠. 하지만 같은 범죄를 서울과 시골에서 동시에 누군가 저지른다면 용서하자는 사람들은 시골 쪽이 많습니다. 다 아는 처지에, 누구네 집 아들이랴, 무슨 잘못을 저질렀겠어, 술김에 한번 그런 것이겠지. 이런 식으로 감싸줍니다. 하지만 재판을 받고 정식으로 교도소에 갔다 오면? 도시에서는 모른 척 회피하기 일쑤지만 연령이 높은 토박이들이 주 구성원인 시골에서는 철저하게 범죄자로 낙인을 찍죠. 그 녀석의 할아버지, 증조할애비가 어땠다더라, 내 그럴 줄 씨앗부터 알아봤다는 둥 말들이 돌죠. 가족이 떠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하여튼 저는 실종을 키워드로 해서 소년범으로 의심받은 아이가 입은 피해나 좁은 사회에서의 불신의 시선, 그리고 소년범 관련 개정안과 성범죄 고지 제도 등을 다뤄 보려구요. 여러 아이템 중에 준기가 들어 있어요.”

유진은 감건호의 말을 들을수록 그의 진의가 궁금했다. 말이 중구난방으로 오갔다. 아무래도 시청률을 잡기 위해 흥밋거리 방송을 하는듯한 의심이 들었다. 

감건호가 조심스레 유진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그 녀석이 뭔가 폭력적인 행동은 안 하던가요?”

유진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경찰에 가보고 나한테도 전화하고. 혼자서는 감당 못합니다.”

“아, 아니예요. 그런 일 없어요. 전혀.”

(164-165쪽, 〈그의 또 다른 얼굴〉 중)

 

 

“준, 준기야……, 이러지 마. 부탁이야.”

“누굴 만나고 다니는 거야, 박. 경. 식? 뭐? 나를 살인자로 모는 그 개또라이랑 만나고 다녀? 나를 어떻게 보는 거야? 정말! 썅! 나를 미친 새끼로 보는 거야? 누나와 나 사이가 그간 교감하고 사랑했던 게 의미가 없어?”

“준기야, 준기야. 이러지 마! 제발, 이성을 되찾아. 이렇게 화내고 분노한다고 될 일이 아…….”

유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준기는 주먹을 날렸다. 유진은 뒤로 넘어가 서가에 뒤통수를 부딪고 쓰러졌다. 준기는 유진의 얼굴에 주먹을 몇 번 더 날리고 목을 졸랐다. 유진은 숨을 쉴 수 없었다. 말을 뱉을 수 없었다.

“사, 살려, 제, 제발 이러지…….”

준기는 손을 풀어 유진의 머리채를 억세게 그러쥐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고 물을 머리에 뿌렸다.

“더러워, 더러운 년. 누나가 순수해서 나의 첫 경험과 키스를 준 거야. 이제 모든 게 엉망이 됐어.”

유진은 온몸이 흠뻑 젖었다.

“더러워. 씻어. 씻으란 말이야. 냄새가 나! 씻어내지 않으면 앞으로 키스는 못 해.”

“준, 준기야. 왜, 왜 이래…….”

준기는 유진을 끌고 나와 바닥에 밀쳤다. 발길질을 했다. 어깨를 붙들고 흔들었다. 유진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서 뭔가 잡으려 했다. 바닥에 놓아둔 두꺼운 책들이 잡혔다. 잘 읽히지 않아 정리하려고 쌓아둔 책들이 허물어졌다. 유진은 가장 두꺼운 책을 들어서 준기의 머리를 향해 날렸다.

탕! 소리와 함께 준기가 손을 풀었다. 유진은 캑캑 대며 기침을 했다. 준기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홱 돌아갔던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누, 누나 괜찮아요? 이러려고 이런 게 아닌데……. 이것 봐봐.”

준기는 지갑을 꺼내더니 명함만 한 사이즈로 코팅한 무언가를 건넸다.

 

이 분이 길에서 쓰러져서 발견되거나, 병원 응급실 입원할 상황에서는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윤준기 010-2738-XXXX

 

(246-247쪽, 〈삼켜버린 빨간 독사과〉 중)

 

 

함백산의 나뭇가지에 핀 눈꽃 수천 송이 수만 송이가 보였다. 손에 잡히는 구름의 바다와 눈송이들, 안개와 찬 공기. 어디선가 강풍이 불어와 준기의 몸을 날렸다. 하늘 높이 풍선처럼 올랐다. 몸이 휘청거렸다. 

TV에서 본 대만의 풍등처럼 하늘로 올랐다. 어지럽고 포근했다. 

끝이면서 영원한 순간. 저지른 죄가 뇌리를 스쳤다. 

연극을 보고 좌석에 떨어져 있던 누나의 지갑을 숨겼다가 나중에 찾아주는 시늉을 했다. 그녀를 기쁘게 하고 싶었다. 유진을 웃게 하고 불안과 우울에서 들어 올리고 싶었다. 밤의 공원에서 닫힌 펜스에서 나오게 해준 것처럼.

그 죄가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그녀를 속인 죄 말이다.

(284쪽, 〈함백산에서 피어난 겨울 야생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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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상처와 위로를 함께 주는 그, 떠날 수 없는 나.
가을날 들꽃처럼 찾아든 알 수 없는 마음은, 사랑일까?”

스물네 살 청년 윤준기는 늘 긍정마인드를 지니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누구에게나 미소를 짓지만, 그의 속내 가장 깊은 곳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 무서운 비밀을 털어놓을 만한 영혼의 반려를 만나 영원히 함께하는 행복을 꿈꾼다.
서른둘의 출판사 편집자 김유진. 아픈 가족사를 가슴에 묻어둔 채 싱글로 독립해 살면서 사회생활의 삭막함과 소외감에 힘들어한다. 상사의 압박과 모욕적 대우, 그에 따르는 주위의 눈총을 점점 견디기 어렵지만, 괴로움을 털어놓을 상대조차 없다.
그런 유진에게 준기가 다가온다. 때로 가볍게, 때로 진지하게 진정한 소통을 나누는 관계를 말하는 준기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고 그의 손길을 받아들인 유진은 점차 준기와 생활을 공유하고 로맨틱한 데이트를 즐기지만, 점점 심해지는 준기의 집착과 구속에 당황하고 그의 어두운 면과 폭력성을 깨닫게 된다. 관계를 단절하지도 못하지만 이대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유진은, 준기를 찾아왔다 냉대를 당하는 프로파일러 감건호를 목격하고, 그를 찾아가 준기의 과거를 듣게 되는데...
갈수록 난폭해지는 준기의 속박에 그와 거리를 두려는 유진에게 광적인 분노를 쏟아내지만, 사과하고 후회하고 자책하며 깊은 비밀을 털어놓는 준기, 유진은 두려움과 기대를 함께 안겨주는 그를 뿌리치지 못한다.
에리히 프롬은 한 사람의 사랑의 열정과 집착의 크기는 그가 과거에 얼마나 외로웠는지에 비례한다고 했다. 어려서 받지 못했던 애정을 연인에게서 한없이 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그녀에게 잔혹한 고통과 괴로움을 안기며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남자. 그리고 그가 가엾어서, 미안해서, 고마워서, 불안해서... 그를 떠나지 못하는 여자. 그들의 관계를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그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김재희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자신이 창조한 준기와 유진이라는 허구의 인물들과 함께 아파하고 애가 닳고 불안해하고 즐거워하고, 웃음 짓다 눈물짓기도 하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고 하며, 이 작품의 결말을 두고 마지막까지 동료 작가들과 상의를 할 만큼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착이 컸다. 작중에서 준기와 유진이 걸은 길을 따라 실제로 올림픽공원을 걸으면서, 사람과 사람의 사이, 가을날 들꽃처럼 시작되어 어디선가 끝을 맺고, 서로에게 아픔과 추억, 상처를 남기는 관계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였다고 한다.
작가는 책 말미에 있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단호하게 말하건대 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사람을 때리고 해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 소설에서 바로 그걸 말하고자 했습니다. 덧붙여 소설 속 인물이나 사건은 모두 허구임을 밝힙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오래전 겪은 가족 간의 아픔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됩니다. 또 가족 이야기냐, 과거에 얽매여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로 소설 속이지만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냐 하는 의견도 나올 수 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과거의 가족사와 주인공의 범죄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작은 테두리에서 시작된 아픔이 사회의 고통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걸 현실에서 많이 접합니다.

(중략)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태도는 주효한 범죄 예방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을 덮고 거짓으로 가릴 때, 진실은 몇백 배 더 무겁게 사람을 짓누르니까요.
준기와 유진에게 이입해 작품을 썼습니다. 준기는 많은 비밀과 상처와 두려움을 억누른 채 소외된 아이, 그리고 유진은 상처받을까봐 사람을 밀쳐내면서도 고립될까봐 불안한 아이를 연상케 합니다. 소외되는 것은 참으로 두렵습니다. 소외는 현상의 본질을 감추려고 할 때 시작됩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솔직하게 도움을 청하고, 힘든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소통이 시작되면 소외가 사라질 겁니다.”

연인 사이에서조차 발생하는, 어쩌면 연인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감정적 혼란과 일탈행위들. 그 뿌리에 있는 어두운 사건을 파고들어 가면서, 성장 배경에 따른 대인관계와 소통의 어려움, 범죄행위와 환경과의 연관성,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피상적인 소통 문화, 각종 사회문제들의 사회적인 해법과 안전장치 마련 등 독자로 하여금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생각해 보게 하는 《표정없는 남자》는 또한 감건호 프로파일러 연작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독특한 캐릭터로 독자를 매료하는 생계형 프로파일러 감건호는 그 특유의 악착같은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후속작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여 독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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