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사랑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가슴 설레는 일인데,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이토록 황홀한 기분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미처 몰랐습니다. 어느 날, 너무나 갑자기 사월의 목련 같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사랑을 해 보고, 이별도 해 본 까닭에 생각과 마음이 벌써 앞서 나가 목련이 활짝 피어 있을 때는 그 꽃잎이 아름답지만, 그 순백의 꽃잎이 가진 아름다움이 힘에 부쳐 땅으로 떨어지는 낙화의 순간이 더 아름다운 것을 상상합니다. 그래서인지 목련이, 목련꽃 같은 그 사람이 머지않아 내 곁을 떠날지라도 슬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련이 지금 내 곁을, 우리 곁에 갑자기 다가와서는 어느 순간 예고 없이 떠날 것도 조금씩 예감합니다. 분명 목련은 정신없이 활짝 피었다가 마침내 소리 없이 내 곁을 떠나겠지요. 소리 내어 흐득흐득 울음을 삼키듯 그 꽃잎이 땅바닥으로 낙엽처럼 소리 없이 떨어져 내려앉겠지요. 저만치 멀리 가는 봄처럼, 말없이 조용히 은밀하게 떠날 것을 예감하니 그래도 순간 슬퍼집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겠지요. 그것이 정해진 목련의 운명이고, 목련을 사랑하는 내 운명이며, 바라보는 우리의 숙명이라면. 오히려 이제 다른 그 누구도 더 오래오래 많이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설령 이별의 아픔과 상처가 비록 깊더라도 참아 볼 요량입니다.
그리고 다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목련이 내게서 홀연히 떠나는 날도 목련이 오늘처럼 환하게 피는 사월의 봄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목련이 떠날 때는 많이 슬프겠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목련의 아름다운 꽃침에 무수히 찔려 보는 것도 황홀한 일입니다. 목련이 내게 전해 준 귀엣말이 아직도 쟁쟁합니다. 목련이 내뱉은 그 수많은 말들이 허튼 소리가 아닌, 영원히 내 마음에, 우리 마음에 남아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의 무늬는 언제나 아름답고 그 속살마저 눈물겹습니다. [126~127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