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으로 온 청교도들은 그들이 꿈꾸어 왔던 이상적인 세계는 결국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인들은 이러한 청교도들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덕 위의 도성」을 건설하고자 했던 환상은 독립 전쟁 이념 가운데서도 잘 나타나 있으며, 19세기 중엽의 영토확장주의와 링컨의 게티스버그Gettysburg 연설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이상이 무엇이었든 후대의 미국인들이 17세기 청교도들의 종교관을 칭찬하고 청교도 사회가 이상적인 신앙사회였다고 미화시키는 것은 역사의 허구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신대륙으로 이주해 올 때의 청교도들의 경건했다고 하는 기독교 정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른 민족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물욕과 이기심에 젖은 본래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음을 잘 말해 주고 있다. 미국인들은 수백년 동안 찬양·미화시켜온 필그림스 조상들의 성스러운 기독교적 신앙심과 불굴의 개척정신이 미국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인 인디언들을 학살한 사악하고 이기심에 젖은 개척정신이 신대륙을 개척한 이래 그들이 국내외적으로 저지른 수많은 범죄행위의 기원이 되었다는 정직한 학자들의 주장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인권 외교를 펼치기 전에 자신들의 추악했던 과거 역사를 반추하고 국익을 앞세운 거짓된 인권 외교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인권주의를 펼칠 때에만 세계 모든 국가들로부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91쪽, 「독선적 청교도들의 침탈에 대한 종교적 비판」)

미국의 대외정책은 ‘힘(무력)의 정치‘와 ‘도덕주의적 외피’라는 상반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두 가지 모순된 외교정책의 밑바탕에는 신神의 후광을 입힌 기독교의 소명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즉 전쟁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외교적 행위는 “도덕적인 것”이며, “신의 섭리”에 부합하는 행위이지만, “미국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모든 국제 정치 행위는 반도덕적인 것이며, 신의 섭리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스스로를 “구세주의 나라 Redeemer Nation, 세계의 십자군”으로 표현한다. 어쨌든 미국은 오늘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불리며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군대를 가졌으며, 세계 자본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나라다. 이러한 미국의 성장 동력은 무기의 대량 판매와 전쟁으로 획득한 독점적 지위와 영토, 방대한 원료자원 그리고 노예무역으로 상징되는 노동력의 확보였다. 

미국은 건국 이후 전쟁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자국의 산업을 끊임없이 성장시켜왔다. 미국이 지금까지 수행한 전쟁은 300여 차례에 이른다. 1년에 평균 한 차례 이상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전쟁의 역사는, 1만년 역사를 가진 중국의 전쟁 횟수에 비견될 정도다. 이 같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은 이미 전 세계의 눈총과 질타를 받고 있으며 기정화된 사실이다.

(269쪽, 「미국의 제국주의적 태평양 정복과 동아시아 종속화 시도」)

필리핀인들은 도시 밖에서 도시를 포위한 채로 남겨지자 격노하였다. 미군은 필리핀인들을 향해 방어선을 만들었다. 아귀날도는 평화 유지를 원했으나 미군 사령관 오티스는 필리핀 자주독립세력과의 어떠한 협상도 거부하였고, 미국과 필리핀군 사이엔 긴장이 흘렀다. 

파리조약 조인 몇 달 후 미국대통령 매킨리는 “미국이 침략자나 정복자가 아닌 친구로서 왔다”며 ‘자비로운 합병을 선언’한다. 필리핀인들이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독립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288쪽, 「식민주의 세력끼리의 야합, 독립 아닌 식민통치 계승 배후 흥정」)

근대 조선반도 역사에서 조선개항과 조·미 조약 체결은 역사적으로 어떠한 의의를 가지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조선은 구미 여러 나라 가운데 미국과 최초로 입약함으로써 쇄국정책을 청산하고 명실공히 세계만방에 문호를 개방했다. 이로써 조선은 구미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둘째, 미국은 조·미 사이의 통상조약 체결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많은 조선 사람을 살상하였다. 애당초 영·불·미·일 등은 극동의 작은 나라 조선을 식민지로 개척해보려 했으나 조선민족의 애국애민 정신에 의해 격퇴되었다.

그러다가 협박과 반강제로 통상의 문을 열었으나 일본제국에 의해 독점적으로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미제국주의 세력은 필리핀을 식민지로 독점하면서 일본제국과 조선·필리핀이라는 먹이를 나눠갖기 식으로 흥정한 끝에 각각 차지하는 침략자들의 범죄적 속셈을 드러내고 말았다.

셋째, 슈펠트 제독은 이홍장의 끈질긴 속방정책을 물리치고, 조선왕조를 주권 독립국가로서 인정하고, 조·미 양국간에 대등한 입장에서 조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처음부터 조선에 대한 청의 종주권을 적극 배제·무시하고, 독립국으로서의 조선의 외교권 행사를 충분히 인정했다. 그러므로 조·미 조약은 주권 독립국가간의 쌍무적 협약이라는 점에서 양국간에 평등한 외교관계 수립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조·미 조약은 문서상으로나마 조·청간의 종속관계를 청산하고 주권 독립국가로서의 새 출발을 알리는 듯이 보였다. 자주적이고 평등호혜의 원리를 표면화하고 실제로는(정치적 역학관계와 지리적 불편 등으로) 불평등한 조약이었으나 아무튼 명칭만으로라도 종속국의 탈을 벗고 「호혜평등의 원리the principle of reciprocity」를 내세울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넷째, 조·미 조약은 미국 의회의 비준을 거친 조선 최초의 공식 외교문서가 되었다. 1883년 5월 초대 주한 미국공사 푸트가 서울에서 비준문서를 교환함으로써 외교관계가 정식으로 수립되었다. 이로써 조·미 조약은 앞으로 조선왕조가 유럽 열강과 입약을 함에 있어서 하나의 모델 케이스가 되었다. 조선은 영·독·불·이·러 등 유럽 열강과 조약을 체결할 때 항시 이 조·미 조약문을 본보기로 삼았다.

조·미 조약 체결로 조선왕국은 국제외교의 다변화 길을 열어 놓았던 것이다.

(402쪽, 「조·미 조약의 역사적 의의」)

선교사들의 비정치화 작업은 반일 열기가 가장 고조되던 시기인 1907년을 전후하여 있은 대부홍회에서 절정에 달하였다. 평양을 비롯하여 서울 등 각지에서 선교사들의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대부흥운동이 전개되어 반제항일활동을 내면적인 영적 운동으로 전환시키고자 하였다. 이른바 “복음만을 전한다”는 것은 현세도피적인 종교사회를 만들어 조선인을 비정치화로 이끌 뿐만 아니라, 조선교인들을 우민화하여 국가와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마저도 의식 못하는 바보로 만들게 하였다. 조선인들을 야만시하여 문명을 주기 위해 왔다는 선교사들은 조선 초기 교인들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부녀자와 근로대중에게 부흥회 등 가장 비지성적非知性的인 방법을 동원하여, 2천년 전에 특정사회의 정치도덕과 풍습을 정리하여 만들어놓은 성서 교리만을 설교함으로써 또 하나의 미신만을 즐겨 믿는 지적 빈곤상태로 이끌어 선교사들의 지휘 감독에 항거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각성된 조선인 교역자들 중에는 “선교사 제군이 조선교회를 동인시同人視하며 형제시하지 않고, 야만시하며 노예시함이다…… 속히 회개할지어다”라고 까지 했다 한다. 물론 선교사들이 학교를 세워 교육사업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교육이 제국주의적 침략을 미화하고 그리스도교를 흥왕케 하는 데만 초점이 주어졌다면, 그리고 항일반제투쟁을 포기하고 ‘독립의 기초’가 닦일 때까지 교육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교육이라면, 이것은 분명히 조선인으로 하여금 자기 사회를 올바로 근대화할 수 있게 할 지식과 교육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현실에 눈멀게 하는 가장 비교육적인 의도된 작업에 지나지 않았다. 

(556쪽, 「신앙과 함께 체득된 사대주의, 자주독립 정신 약화」)

조선이 일본에 의한 피보호국이 됨을 사실상 인정하고 곧 확실하게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데 미국정부가 보증인이 되었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는 전쟁에서의 패배로, 일본은 과대한 전비 지출로 쌍방 모두 전쟁을 지속할 의지를 잃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중재를 했다. 미국과 영국은 조약의 체결에 앞서 일본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끌어냈다. 미국은 일본에게 중국이 채택한 문호개방 정책을 따를 것을 요구했다. 이 요구는 일본이 만주에서 철수, 중국정부에 반환하는 일이었다. 조약의 체결은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 세력의 몰락을, 지역 내의 최강대국으로 일본의 부상을 역사에 각인시켰다. 특히 일본의 승리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던졌다. 동양의 작은 섬나라가 유럽의 제일 큰 나라를 굴복시켰다는 것은 더 이상 인종이나, 종교적 문화적 이유만으로 서구의 제패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명백하게 증명했다. 서구 열강이 사용한 과학과 기술 그리고 정치와 경영의 방법을 응용함으로써 누구나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역사적 사례가 되었다. 아시아에서 제일 서구화가 잘된 국가와 유럽에서 제일 서구화가 안된 국가 간의 싸움에서 후자의 패배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건이 포츠머스조약이다. 슬라브 러시아의 패배는 전통적으로 적대세력인 英·美 앵글로 색슨 세력에게는 세계제패의 큰 걸림돌이 없어진 셈이었다. 영국과 미국이 일본을 지원한 이유였다.

필리핀에서의 미국의 지배권과 일본의 조선에 대한 지배권의 상호 보증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이라면 포츠머스조약은 재보증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때문에 미국의 대조선정책은 일본의 대조선정책을 추종하여, 아니 배후조종하여 조선을 버리고 일본을 택한 것이었다. 이것은 오늘의 조선반도를 둘러싼 미국의 극동정책에서도 미일관계와 한미관계를 살펴보면 역사적 유사성(조선민족은 동포끼리 증오·적대시하게 만들어놓고 日·美가 함께 조선의 통일을 악착같이 방해하는 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581쪽, 「조선을 버리고 일본을 택한 미국, 전쟁 악마 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