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렬횡대라는 말, 공중의 평면이 된다는 뜻
극지에 몰린 노도는 한뎃잠을 잤다 -36페이지 ---「바다를 감춘 노도」중에서
바람의 끝에 침을 발라 궤적을 꾹꾹 눌러 그리면
겨울 하늘이 필흔으로 드러나고
절취선처럼 지평선이 부욱 찢어진다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새 떼가 쏟아져 나오는데
새 떼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는 건 날개의 한쪽은 극
또 다른 한쪽은 극이기 때문
가로로는 반발하고 세로로는 철석 들러붙는 밀당
자장(磁場)으로 소통하는 새들의 비행은 정교한 문장이다
공중에도 언덕과 비탈이 있어 우여곡절은 예견된 기승전결
기압골에 둥지를 튼 새들의 잠이 깊어지는 시간에도
새들은 날개를 접지 않는다 -8페이지
---「군무, 새의 형용사」중에서
그믐밤처럼 깊어진 가슴팍으로
엄동에 눈을 뜨는 동백의 긴 겨울을 가둔다
포박당한 삶의 급물살이 해무에 쌓여 있고
변방의 시간을 건너뛰려는
키 낮은 나무들이
난바다를 향해 팽창하는 중이다
물이 차오르는 속도보다 빠르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어 갖는
톳 꼬시래기 감태 파래 미역 김 다시마 모자반은
어디로도 같이 포개질 수 없어, 하늘 언저리를 겉돌고
극지에 몰린 노도는 한뎃잠을 잤다 -36페이지 ---「바다를 감춘 노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