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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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선반 위에 올려진 박정대의 잡기장을 끌어내렸다. 별완지의 세로 부분에 구멍을 내어 모시줄로 묶은 잡기장에는 눅눅한 습기가 배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잡기장뿐만이 아니었다. 어제 내린 비 탓으로 구석진 곳에는 눅눅한 습기가 배어 있었다. 방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다. 오동구는 코끝을 벌름거리며 퀴퀴한 냄새를 털어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건 허사였다. 어디나 사람이 사는 곳이면 그런 냄새가 나겠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햇빛이 쨍쨍 내리쪼이는 맑은 날이 계속된다고 해도 그런 냄새로부터 영원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오동구는 그런 냄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달았다. 오동구는 그런 냄새가 사람의 냄새일 거라고 생각했다.
오동구는 앉은뱅이 탁자 앞에 앉아 박정대의 잡기장을 펼쳐들었다.
-황하가 넓다 함은-
황하가 넓다 함은 누구의 말?
갈대 하나로도 건너갈 것을.
송나라가 멀다 함은 누구의 말?
제쳐 딛고 보아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을.
황하가 넓다 함은 누구의 말?
조그만 쪽배 하나 못 띄울 것을.
송나라가 멀다 함은 누구의 말?
아침이 다하기 전 가서 닿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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