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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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진 삶, 그 안에 내가 있었다
밤새 속고 속이는 세상
칼바람에 노숙자의 허리는 새우가 되어
움츠려보지만, 구멍 난 양말은
바람을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있다
잊고 싶었을 순간이 지나고
가뭄에 논바닥처럼 갈라진 손으로
눈을 비비며, 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느라
자갈돌은 수없이 돌아간다
어둠을 뚫고 달리는 마지막 칸에
칼에 살이 베었던 몸을 싣고
두두둑 소리를 내며 굽었던 허리를 펴본다
헝클어진 머리와 시궁창 냄새
비었는데도 앉지 않는 자리를 보며
코를 막고 멀찌감치 서 있던
지난날의 삶을 생각해본다
간간이 비추는 태양
빌딩은 파노라마처럼 눈을 스치고
멈춰진 시간 앞에 좌절도 죄라는 것을
소처럼 되새김질해본다
잊었던 기억을 되찾고
선글라스를 쓴 나를 다시 본다
아픔을 먹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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