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목
모임 장소가 장터목이라는 식당
청량리에서 가까운 곳이라 했다
한 시간 반을 더 가야 하는 먼 길이어서 몸은 주저하는데
마음은 먼저 지리산을 오른다
화엄사로 노고단을 돌아 짐승의 등뼈 같은 능선길로도
백무동 너덜길을 올라 반야봉을 올려다보면서도
한신계곡 돌을 흔드는 물소리에
열두 다리를 건너올라 잔돌평원을 지나서도
뱀사골로 와운리 할배 할매 소나무를 안아 보고서도
칠선골 비선담 건너 칠선폭포를 건너다보면서도
천왕봉 오르기 전이나 내려와서도 장터목은 언제나 그곳에 있나니
무명옷 짚신으로 산을 오르던 시절
산 아래 사람들과 산 너머 사람들이 올라와 장을 펼치던 곳
이제는 울긋불긋 가을 산처럼 옷 자랑이나 하면서
추동춘하 사시사철
내려온 사람과 오르려는 사람들이 모여 장을 펼치는 곳
산을 오르고 내려온 발걸음에 비우고 가벼워졌던가
걸머진 속세의 짐들 잠시 바람에 날려 보낸 듯
창공을 넘나드는 새들처럼 허공의 자유를 조금 채워 가기만 할 뿐
장터목은 날마다 장이 선다
집에 두고 온 것들도
바리바리 싸 온 짐들이 많아
이제는 사고팔 것도 없는 빈 장터에서
속세에서 지고 온 마음의 번뇌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장터목 식당으로 가는 길
그리움의 허기가
반야봉을 넘는 노을처럼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