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밤중에 깨어나 잠 못 이루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밤의 그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듣고 만지며, 느끼고 꿈을 꾼 적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한번 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도 그동안은 달빛이 창문을 열고 매일 제 침실에 소리 없이 들어오는 것을 몰랐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후부터 그것을 보려는 설렘으로 잠을 일부러 깨곤 했는데, 이젠 거의 습관처럼 되었지요. (16쪽)
오늘 그대는 맑음인가요.
아니면, 어제처럼 또 흐림인가요. 설마 비가 내리는 건 아니겠지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대부터 살펴봅니다. 기분이 어떤지, 맑은지 흐린지, 곁눈질한답니다. 내겐 바깥 날씨보다 그대의 날씨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대가 늘 맑음이기를 바랍니다. 눈부신 해가 그대를 밝게 비추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70쪽)
가을은 조락의 계절.
낙엽이 한 잎 두 잎 쌓일수록 그리움은 더해만 가고, 바람이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질수록 내 마음은 더 쓸쓸해집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다가, 강물 위로 흐르는 나뭇잎을 지켜보다가, 어둠이 내리면 달빛에 젖어 집에 돌아오곤 한답니다.
밤엔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에 눈물짓기도 하지요. 잎사귀를 풍성하게 달고 있었던 지난여름이 때 없이 그리워집니다. 보고 싶은 사람의 이름 몇 개를 불러 보다가 그만두고 맙니다.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1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