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도 아주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이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전 세계 아이들에게도 제주어가 당당히 살아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 매일 아침 책을 읽고 시를 읽던 나의 습관을 잠시 접어 두고 대신 제주어 사전을 펼치고 말하고 듣고 쓰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 익힐수록 점점 더 베일에 싸여 가고 수렁에 빠져들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수십 년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나만의 원초적 언어가 꿈틀대면서 기어 나오는 것을, 매번 내 가슴은 울컥울컥 파동치고 그 살아 있는 언어를 그대로 써 볼 때마다 심장이 후끈후끈하고 속 시원해진다는 것을. 내가 어쩔 수 없이 제주 사람이라는 증거다. 그 아득한 옛날 할머니의 할머니가, 어머니의 어머니가 대대로 사용하고 입안에서 굴리던 우리만의 보석언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의 대발견이다. _‘시인의 말’ 중에서
〈ᄌᆞᆷ녜영 바당이영〉 〈해녀랑 바다랑〉
해님이 하우염 ᄒᆞ멍 해님이 하품하며
해지는 벌건 집으로 기어 들어도 노을 집으로 들어가도
ᄌᆞᆷ녠 바당 ᄇᆞ끈 안곡 해녀는 바다 꼭 끌어안고
바당은 ᄌᆞᆷ녤 ᄇᆞ끈 안곡 바다는 해녀 꼭 끌어안고
그쟈 놓지를 못ᄒᆞ연. 서로 놓지 못해요.
그쟈 털어지지 안 ᄒᆞ연. 서로 떨어지지 않아요.
ᄌᆞᆷ녜영 바당이영 해녀랑 바다랑
어멍이영 애기추룩 엄마랑 아기처럼
_‘ᄌᆞᆷ녜영 바당이영(해녀랑 바다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