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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 저자
      박규현
      페이지
      356P p
      판형
      140*202 mm
      정가
      14000원
    • 출간일
      2019-10-09
      ISBN
      979-11-5776-780-9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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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8년 만에 낸 세 번째 박규현 소설집-
소설집 ‘우리는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는 박규현 소설가가 10여 년 동안 갈고 닦아서 내는 신작 소설집으로 중편 1편과 단편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삶의 다양한 편린들을 포착하여 형상화한 흔적이 뚜렷하다. ‘멍’ ‘삼촌의 선물’ ‘고모의 저녁’에서는 흘러간 역사의 아픔을 그렸고, ‘밤의 끈’ ‘오블라디 오블라다’ ‘꿈의 나라’에서는 사랑과 배신 그리고 삶의 끈끈한 정서를 형상화했다. 그런가 하면 ‘꿈의 회로’와 ‘돛단배’에서는 인간의 절대 고독과 방황을, ‘세렌게티 국립공원’ ‘진테제를 위하여’ ‘길 잃은 양’에서는 삶과 생명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쏟아져 나오는 책들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책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과작 작가들 윤동주, 카프카, 김소월, 기형도, 랭보, 보르헤스 등이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렸고 실험정신으로 가득한 작품세계를 구축했음을 감안할 때 박규현 소설가의 이번 작품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재 작가의 실험정신은 차치한다 해도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작품이니 만큼 독자에게 줄 감동지수는 클 것이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
푸른 강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물 표면을 간질인다. 물오리 한 쌍이 출렁거리는 물결 위에 내려앉는다. 물결이 둥글게 파문을 일으키며 멀리 번진다. 빗줄기처럼 물 속으로 꽂히던 햇살이 너울거린다.
그러나 그러한 평화로운 풍경은 오래가지 못한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강물 위엔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사위가 어둑해지면서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몰려온다. 강물이 거칠게 출렁거린다. 누런 흙탕물이 굽이치며 흘러내려온다. 양동이가 둥둥 떠내려온다. 돼지가 허푸거리며 둥둥 떠내려온다. 판자 조각도 보인다. 홍수는 분노의 손짓을 해대며 성깔이다.
그래왔다. 강물은 언제나 변덕이 심했다. 그러면서 어김없이 흘러갔다. 야속하게 때로는 평화롭게. 강가의 단층면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숨어 있다. 나는 거기에서 어떤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내가 찾은 단서에는 그들의 아픔과 상처가 있고 나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 내가 찾은 단서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계속 어떤 단서를 찾아야 한다. 나는 그것밖에 할 줄 모르므로. 살아 있는 동안 나에게 주어진 내가 만든 나의 소명이므로.
강물이 오순도순 속삭이며 흘러간다. 나는 나룻배를 타고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간다. 강가 단층면의 어떤 편린을 낚기 위하여. 바람이 분다. 눈을 크게 떠야겠다. 노를 힘 있게 움켜잡고 앞으로 당긴다. 나룻배가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물살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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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전북 정읍 산외에서 출생하여 그곳에서 성장 과정을 보냈다. 1998년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여 석사(윤흥길 소설 연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계간지 『문학과비평』에 신인 투고 단편소설 『벼랑 위의 집』이 당선되었으며 199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벽에 대한 노트 혹은 절망 연습』이 당선되기도 하였다. 소설집으로 『걸어가는 달』 『흔들리는 땅』이 있고 장편소설로 『사랑 노래 혹은 절망 노트』 『별리 시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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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세렌게티 국립공원
밤의 끈
진테제를 위하여
꿈의 회로
삼촌의 선물
길 잃은 양
돛단배
고모의 저녁
오블라디 오블라다
꿈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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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어머니, 파도 소리가 들리십니까. 푸르른 생명의 소리. 그 푸른 숨결은 어머니가 제게 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파도가 멈추지 않는 해변. 어머니의 손길이 나의 밤을 환하게 밝혀주십니다. 생명이 있는 곳에 꿈이 있다고 하셨지요. 온 세상이 꿈으로 가득한 그런 나라. 흑백이 없는 나라. 7가지 무지개색만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있다고 하셨지요. 어머니와 함께 그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흑백논리를 묻은 곳에서 자라난 사이프러스 나무 그늘을 어머니와 함께 걷고 싶습니다. 

-본문 ‘꿈의 회로’ 중에서 

 

밝은 이조돌솥밥 식당과 어두운 한양신경외과. 밝음과 어두움. 불빛 속에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게 식사하는 사람들의 환한 미소. 그리고 문이 굳게 닫힌, 어두운 건물에 썰렁한 밤바람만이 서성거리는 무서운 공포와 암울한 절망. 참으로 세상은 팔자소관이었다. 누가 어둠을 원했겠는가. 누가 암울한 절망을 가슴으로 안고 싶어 하겠는가. 세상에는 어두운 그늘이 비일비재한 것을.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어느 날 눈 떠보니까 병원이었고 꿈을 꾸다 창을 열어젖혀 보니까 밖에는 까만 밤이었다. 그렇게 밤은 자기 혼자 우리 곁을 찾아왔다. 자기의 규칙대로. 어김없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본문 ‘돛단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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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시대와 사랑과 생명과 방황이 상호 교차하는 삶의 소나타-

과거는 어두웠고 현실은 삭막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고 삶은 흘러간다

박규현 작가의 이번 소설집 “우리는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에 실린 단편과 중편소설에는 다양한 삶의 양상이 형상화 되어 있다. 서술되어 있는 시간적 공간도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편이다. 조선 후기, 시대의 이념이었던 성리학적 다른 입장으로 갈등하던 퇴계학파와 율곡학파의 반목을 통해 역사란 무엇인가를 묻는 ‘진테제를 위하여’부터, 풍요로운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그린 ‘길 잃은 양’까지 각 서사의 무대인 시대와 주제도 다채롭다고 하겠다. 이번 소설집에 형상화 되어 있는 다양한 삶의 양태와 삶의 정서는 다름 아닌 부조리한 현실이라는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감지할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외적 내적 풍경을 사실적이며 풍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우리는 카뮈가 말한 부조리한 세상을 살면서도 더 따뜻한 삶을 갈구하고 거기에서 희망의 등불을 찾고 싶어한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적 삶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물질이 인간보다 앞서 가면서 반인간주의에 좌절하며 살아간다.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인간은 삶을 영유하면서 욕망의 충돌로 갈등하기 마련이고 혼자서도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의 대립으로 갈등하는 존재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그러한 인간의 한계와 특성과 모순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서사들이 책을 펼치면 빠져드는 재미도 있지만, 바람부는 썰렁한 터전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삶은 논리가 아니니까 그저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며 사는 것도 괜찮은 것일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를 준다고 하겠다.
우리의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답은 있는가? 이 순간에도 흘러가는 우리네 삶. 그것의 정체는 배를 타고 흘러가면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음을 작가는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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