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리 떨어진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국땅에서 평생 겪어 보지도 못했던 추위와 순간순간 몰려드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 주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며 우뚝 선 우리나라는 자신들을 희생하며 한국에 큰 은혜를 베푼 이들에게 보답할 때가 되었다. 경제적 원조를 비롯하여 교육 사업이나 양국 간 활발한 문화 교류, 민간 분야 지원 등을 통하여 에티오피아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 중에서 (30페이지)
용암호수에 가까워졌는지 뜨거운 열기와 유황 냄새가 더욱 심해졌다. 조금 더 다가서자 파도가 밀려오듯이 쏴아 하는 소리와 쉬익 하며 무엇인가 힘차게 빨아들이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다. 짙은 유황 냄새와 함께 분화구에서 터져 나오는 굶주린 악마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에 공포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드디어 용암호수의 가장자리에 도달하자 시뻘건 쇳물이 녹은 커다란 용광로와 같은 용암호수가 태초의 비밀을 드러내며 눈앞에 펼쳐졌다.
에티오피아, 에르타알레(Erta Ale) 화산을 향해 (61페이지)
강을 건너다 악어에게 다리를 물려 죽기 직전에 살아난 어미는 부러진 다리를 이끌고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참아 가며 짧은 명줄에 잃어버린 새끼 걱정을 걸어 놓고 애절하게 새끼를 찾아 헤매다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만다. 잃어버린 새끼를 찾지 못하고 죽어 가는 어미에게는 슬픔도 눈물도 그저 사치이며 제대로 돌보지 못한 새끼에 대한 애틋한 마음뿐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생명체에게 부여한 본능이야말로 한없이 엄숙하고 진지하다.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157페이지)
명암으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구부러진 능선은 창공을 자를 듯이 예리하게 꿈틀대며 뻗쳐 있다. 정상에 서니 붉은 능선은 장성(長城)이 굽이치듯 물결치며 겹겹이 거친 대지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저렇게 멋진 모습을 만들기 위해 바람은 얼마나 많은 모래들을 매만지며 다듬었을까? 손을 들어 문지르면 금세 푸른빛이 묻어날 것 같은 하늘과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운 붉은색 능선이 스쳐 가는 바람에 용틀임하는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미비아, 모래언덕 45(Dune 45) (307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