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詩語란, 말 없는 말 혹은 오장육부의 생피가 솟구쳐 오른 말이라고 이경철은 정의 내렸다. 그런 무시무시한 시어로 시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나에겐 몸서리치는 공포 속에 진입하는 일과 상통했다. … 두 번째 시집 『노란 환상통』을 엮을 때도 내 안에 끊임없이 노랗게 피어나던 멜랑콜리Melancholy! 어쩌면 멜랑콜리Melancholy는 나를 죽이고 살리는 시마詩魔 같은 것이다. - ‘시인의 말’ 중에서(p.4)
망고가 열린 해변에서 / 가장 노랗게 익은 시절을 딴다 // … 섬처럼 치솟은 망고나무는 / 갖지 못한 사랑의 환생이므로 / 심야에만 가슴을 여는 불구의 환상통 // … 몽유병 같은 사랑을 버리자 / 발작하던 환상통 / 수면에 가라앉는다 // 노랗게 울던 시절이 / 지독한 악몽처럼 지나갔다 … - 시 「노란 환상통 1」 중에서(p.70)
노란색은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밝고 생기 있는 이미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병적이거나 경고성도 지닌 색깔이 노란색이다. … 몸의 한 부위나 장기가 없는 상태임에도 마치 그대로 있는 것처럼 느끼는 감각을 환상통이라 일컫는다. 시는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이 시집에서 시 몇 편만 읽어도 시인은 오랫동안 시라는 환상통을 앓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해설’ 중에서(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