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랗고 예쁜 꽃들과 파랗고 어린 토마토들에게 악수를 청한다. 이 여름 우리는 처음 만나고 나날이 친숙해지고 있다. 모두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성장해 가는 토마토들에게 감사의 손을 내민다. 내가 멀리서 잊고 지내는 한 주일 동안 나날이 조금씩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는 토마토들도 그렇게 나를 바라본다. 나도 한 뼘 토마토를 사랑한다고 눈으로 말한다. 토마토와 나는 한나절 그렇게 주고받으며 키가 조금씩 더 자라는 걸 느낀다.
옆에 한 고랑 심어놓은 해바라기는 웬일인지 꽃대가 허약하게 자라고 있다. 많이 솎아주지 않았기 때문인가 보다. 밭둑가에 또 한고랑 심은 고추도 아직 왕성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다. 늦 게 모종을 옮겨 심어서 그런가 보다. 그 가운데 자리한 방울토마토는 마치 분출하는 끼를 누를 수 없다는 듯 이리저리 가지를 내밀고 무질서하게 사방으로 뻗어나가 우리는 어설픈 울타리를 만들어주었다.
한 뼘 밭에 초보 농사꾼이 저 왕성한 방울토마토의 생태를 어찌 알 수 있었겠나, 특유의 향기도 짙어 잎사귀를 스쳐도 싱싱한 즙이 옷에까지 묻어났다. 또한 벌레 한 마리도 붙어살지 못했다. 이전에 집에서 화분에 가끔 심어본 방울토마토는 겨우 몇 개쯤 열려 한번 따 먹으면 그만이었다. 일조량도 부족하고 비좁은 화분 안에 심어 영양과 물을 듬뿍 주어도 더 이상은 자라지 않았다.
작년에 우연히 도시 외곽에 밭 한 뙈기를 빌리고 나는 거기 작은 밭에 세 고랑이나 해바라기를 심었다. 그런데 키다리 해바라기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휘청 넘어져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기 일쑤였다. 꽃도 보고 기름을 짜서 아는 이에게 한 방울씩 선 물하겠다고 장담했는데 씨방이 될 꽃송이도 그리 크지 않았고 기름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고랑에 몇 포기 심은 방울토마토는 한번 씩 갈 때마다 빨갛게 익어 우리를 즐겁게 했다. 절정기에는 한 소쿠리 정도 따서 가져왔는데 그러면서도 자연의 선물인 방울토마토를 정말 내가 맘대로 가져가 먹어도 되는지 송구한 마음마저 들었다. 마치 남의 것을 따는 듯 누군가에게 “이것 가져가서 먹어도 됩니까” 하고 묻고 싶었다. (p.79~p.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