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축소판 바둑의, 바둑에 의한, 바둑을 위한 바둑 시
바둑과 인생의 접점을 더듬어 보며 바둑의 철학과 낭만을 느껴 보자”
바둑에는 삶이 담겨 있다. 바둑에는 행복이 있고, 정이 있고, 낭만이 있고, 휴머니즘이 있다. 시인은 바둑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고뇌 어린 시선으로 시에 고스란히 녹여 낸다. 수많은 대국과 지도 경험을 통해 얻은 축적된 감성이 아니라면 감히 끄집어낼 수 없는 언어로 쉽게 써 내려간다. 그래서 그의 바둑 시에는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껏 바둑에 관한 시는 있어 왔어도, 한 권을 오로지 바둑에 관한 시들로 담아낸 시집은 없었다. 이 시집에 수록된 110여 편의 시는 바둑의, 바둑에 의한, 바둑을 위한 바둑 시로 오롯이 바둑만을 노래한다. 15년여 간 바둑교실을 운영하며 전국바둑교실협회에서 활동한 시인이 이제는 바둑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면서 우리들의 바둑 이야기를 삶의 이야기로 노래한 것이다.
이 시집을 읽으면, 가장 먼저 바둑을 관전하는 듯한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바둑판 위에서 생각의 꽃을 피웠다는 시인의 고백처럼, 새로운 판 위에 다시 첫수를 놓는 느낌으로 넘어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바로 바둑이다. 그래서 돌들의 발자취를 담은 이 시집에는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 그리고 이 시집에는 믿음이 있다. 경계와 경계 사이 서로 다른 이념의 벽을 허무는 신뢰의 돌을 놓는다. 판 위의 돌들은 다툴지언정 우정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렇듯 시인은 바둑 세계를 모르는 이는 도저히 길어 올릴 수 없는 바둑과 인생의 접점을 찾아 아름다운 언어를 탄생시킨다.
이기고 지는 것은 어쩌면 숙명 같은 것이기에 바둑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풀어썼다. 따라서 바둑인뿐만 아니라 승부의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바둑과 삶의 공통점을 찾는 재미와 더불어 인생의 참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승부는 좋은 수를 그려 가는 자신과의 싸움이며, 좋은 수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을 되새기며, 바둑의 철학과 낭만을 느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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