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 앞을 지나가다 별을 보았습니다. 작은 정원 귀퉁이에 울타리를 의지하여 덩굴을 뻗고 피어 있는 한 송이의 꽃, 그것은 지상의 꽃이 아니라 분명 하늘의 별이었습니다. 깨끗한 자리를 찾아 소박한 사람들의 가슴에 내려앉은 별.
어두운 밤에 별이 뜨는 곳에는 대낮에도 별이 뜹니다. 하늘에 별이 뜨는 동네에는 땅에도 별이 뜹니다.
그래요, 이따금 땅에도 별이 뜨지요.
(47쪽 땅에 뜬 별 )
가끔 그를 떠올릴 때마다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다.
지금 내가 그를 생각하듯 그도 나를 생각하기는 할까. 내가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듯 그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쁘게 생각해 줄까.
나와 함께했다가 지금은 멀리, 나와 헤어져 있는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어쩌다, 부질없이, 지난 사람 생각을 하며 흠칫 놀란다.
(88쪽 만나서 좋았던 사람)
우리 같은 조무래기들은 해가 뜨면 산에 오르고, 산에서 내려오면 냇가로 가서 하루를 보냈다. 산과 내는 우리에게 좋은 놀이터였고, 어머니의 품속이었다. 산에 오르면 토끼가 되어 뛰어다니고, 냇가에 가면 송사리가 되어 맑은 물에서 헤엄쳤다. 아름답고 투명하리만치 깨끗한 자연 속에서 보낸 나의 유년은 나날이 행복으로 가득했다.
(122쪽 추억의 보물 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