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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은 적도로 기운다

    • 저자
      신정근
      페이지
      140 p
      판형
      145*190 mm
      정가
      14000원
    • 출간일
      2018-09-17
      ISBN
      979-11-5776-618-5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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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여행이라는 것, 관광이라는 것이 유행처럼 부추겨지는 시대에 지난 몇 년간 적도의 섬나라 인도네시아의 마카사르에서 거주하며 다급하게 쫓기는 여행이 아닌 여행 속 일상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만나고자 했던 여행생활자의 이야기이다.
적도라는 지리적인 위치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풍경, 문화까지, 태어나고 자란 한국과는 이질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겪은 다름의 차이들을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혹은 상황들과 관계하며 각기 다른 에피소드로 엮어 낸 글이다. 하지만 단순히 여행과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은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펼쳐진 일상의 이야기이며 일상 속에서 여행하며 짧게나마 고민한 삶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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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신정근 x Daeng Tarru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2013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초청 BSBI와 Darmasiswa 장학금을 받아 마카사르와 족자카르타에서 수학했다. 2017년 자카르타에서 개최된 제1회 적도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해외신인작가로 등단하였다. 지금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그림과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다.
Email: hoelun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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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 적도의 겨울을 기다리며

異邦의 섬
십이월의 온도
달은 적도로 기운다
타국의 밤, 고국의 낮
신(Shin) 때때로 다잉 따루(Daeng Tarru)
안과 밖
부유(浮遊)하는, 부유(富有)하지 않은 여행
천 번의 낮과 밤 그리고 마따하리
우리는 불루꿈바로 간다
어떤 희생
풍경을 읽다
소속되지 않을 자유
호텔의 방, 호텔의 밤 : R616
과일 빙수 한 그릇
신과 함께 가는 길
머묾에 대하여
두려움에 관하여
마음에서 불어오는 행복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방법

에필로그 : 남겨진 현재, 흐려진 과거, 분실된 기억 그리고 봉인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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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이 섬에도 사람들이 산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사랑에 설레어하며, 헤어짐에 슬퍼한다.

(5쪽, 「프롤로그: 적도의 겨울을 기다리며」 중)

 

하지만 나는 언제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무한의 자유와 용기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 무한대의 비정형, 비물질의 요소들이 내가 집 밖으로 나설 때마다 나를 이 도시의 바람, 저 나라의 태양과 만나는 새로움이라는 긍정의 주홍글씨를 인생의 선물로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는다. 아마도 그래서 여태껏 고국을 저만치 떠나 이 섬이 주는 순수를 수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48쪽, 「안과 밖」 중)

 

다행히 무언가를 더하고 수집해야만 하는 자본의 시대에서 유일하게 물질의 욕망과 시간의 탐욕을 빼고 덜어 내는 것이 더 이로운 여행자의 배낭은 오히려 짓눌린 어깨의 책임을 가볍게 해 준다. …(중략)… 그리고 여행은 그 단어 그대로 유목하는 일상의 텅 빈 공책 속 무취로 남는다.

(52쪽, 「부유(浮遊)하는, 부유(富有)하지 않은 여행」 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는 희미한 불빛만이 유일한 벗이 된다. 오늘처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간이 되면 이 무력한 공기의 습격마저 견디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니, 언제 다시 빛이 들어올지 알 수 없는 그 시간의 먹먹함을 견뎌 내야 한다. 급기야 암흑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무기력함과 정체된 자아를 선물한다. 

(71쪽, 「어떤 희생」 중)

 

하지만 나 또한 자유의 배낭을 짊어진, 어쩌면 그들보다 더 하잘것없는 자본주의 속 보헤미안을 자처하는 삶을 택한지라 경제적으로 그들보다 더 나을 것도 없고 때론 그 청량하고 시원한 과일 빙수 한 그릇의 여유조차도 나에게는 버겁고 내가 짊어진 배낭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대상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누가 누굴 걱정하고, 해묵은 동정심을 발휘하기란 어려울 때가 많다. 

(100쪽, 「과일 빙수 한 그릇」 중)

 

그렇다면 나는 나중에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이 나라, 이 땅, 이 도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되뇌게 될까. 한순간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열대의 구름과 언제나 여행자의 편이 되어 줄 것만 같은 키다리 아저씨처럼 길쭉한 코코넛 나무들, 단골 까페의 주인아주머니와 도시를 지배하는 무형의 바람들을 어떤 모습, 어떤 냄새로 기억해야 좋을까. 분명한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도시의 냄새는 쉽게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손톱 밑 가시지 않는 생선 냄새처럼 말이다. 그건 마치 지나간 사랑의 기억같이 때론 나쁜 냄새, 좋은 추억으로 남겨지기도 하고 바꿀 수 없는 혈액형처럼 몸 안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영원히 존재하는 문신과도 같다. 

(130쪽,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방법」 중)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내 심장은 팔딱거리던 박동을 가만히 멈추었다. 얼굴은 다시 이전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돌아갔고, 눈은 물 밖을 나온 생선처럼 생기를 잃었다. 적도의 태양에 의해 새까맣게 태워진 피부만이 내가 열대 지방의 어디쯤에 있었음을 대신 알려주는 표식이었다. 마카사르에서 잠시 단단해졌던 마음의 근육은 도시가 가진 이주성과 불협화음에 쉽게 깨어지고, 찢어지고, 상처입고, 쓰러지며 며칠 새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137쪽, 「에필로그: 남겨진 현재, 흐려진 과거, 분실된 기억 그리고 봉인된 그리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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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지난 몇 년간 적도의 섬나라 인도네시아의 마카사르에 거주하며
여행 속 일상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만나고자 했던 여행생활자의 이야기”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그림과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는 해외신인작가가 지난 몇 년간 적도의 섬나라 인도네시아의 마카사르에 거주하며 뜨겁게 때론 느리게 생활한 일상 이야기다. 이 책은 한국에서 여행이라는 것이 다급하게 쫓기는 관광에 치중되었던 것과는 달리, 여행 속 일상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만나고자 했던 여행생활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여행론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겠다. “인도네시아는 너무 뜨거운 날씨와 사나운 빗줄기만을 품고 있는 곳이어서 … 오히려 살아내기 힘든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똑같은 색깔이지만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때를 …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다르거나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같은 땅 위에서 손을 맞잡을 수 있어서 좋은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자신 나름의 속도와 방향으로 인생의 기나긴 여행을 건널 자유와 권리를 지닌다. 가끔은 그 방식이 마음에 안 들거나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타인의 영역에 잠시 머무를 뿐인 여행자에게는 그들의 그러한 삶의 방식을 억지로 바꿀 권리가 없다는 것쯤은 어느새 깨달아 버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우는 열정으로 가득한 정오의 인도네시아.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뜨거운 태양보다 더 뜨겁게 일렁이는 가슴으로 살아내는 그곳 사람들. 더듬더듬 그들의 언어로 말을 섞고 생각을 공유하며 인도네시아에서 몇 해의 여름을 보낸 동안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보다는 지금 현재의 삶에 더욱 충실하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여행과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펼쳐진 일상의 이야기이며 일상 속에서 여행하며 짧게나마 고민한 삶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 혹은 상황들과 관계하며 각기 다른 에피소드로 엮어 낸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고 ‘다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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