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면 무심천엔 벚꽃이 핀다.
벚꽃이 피면 무심천은 미리내 천이 된다. 미리내는 은하수(銀河水)다. 무심천 벚꽃이 개울을 따라 길게 흘러내리며 만개한 은색 벚꽃이 하늘 은하(銀河) 같다.
은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내게는 은하가 그때 그 모습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내 마음속의 은하는 언제나 그때의 은하다.
수천수만의 은색 꽃잎이 은하천을 만들어낸다. 그 꽃잎 하나하나가 작은 바람에 떨린다.
인파 속에서 어느 청춘 남녀가 활짝 핀 꽃 사진을 찍는다. 내게 은하의 사진은 가슴속의 사진이다. 누런 보리 향기가 바람에 부서지는 소리도, 그녀의 향기도, 온기
도, 찍혀 있는 사진이다.
은하천의 별들이 하늘에서 흐른다. 그 항성들은 가슴으로 길게 뻗어 흐른다. 은하는 은색의 별들이다.
기억속의 은하는 그리움이다. 은하(銀河)는 하늘의 은하를 닮았다. 은하가 생각날 때면 은하는 은하처럼 다가와 말을 하곤 한다. 내 기억속의 은하 그런 은하가 먼 하늘의 별이 되었다. (320~321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