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욕망의 기호다. 그것이 누구에게 닿아 신호가 되면 욕망은 풀어 헤쳐진다. 나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 만나 새로운 욕망을 만든다. 감성의 탄생이다. 내 시들이 품은 욕망이 죽지 않고 조금이라도 살아 나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_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그대 일상의 무거움을 가시처럼 달고 질주하는 남루한 무게 …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인생의 조울증을 반추하는 공동 운명체 … 어제 못다 한 꿈을 미련스럽게 고집하는 지친 아침 // … 비대한 몸으로 아무리 밀어도 찢어지지 않는 삶에의 의지 … 천천히 걸어 내려온 햇빛의 죽음과 조우하는 좁은 지하 _ 시 「지하철」 중에서
지난여름에는 … 소금마저 태우는 열기에 / 차라리 눈물이 되었습니다 // … // 바람의 커튼을 열면 / 숨겨진 공간이 드러나고 / 계절의 드레이퍼리를 펼치면 / 불멸의 색채들이 튀어나옵니다 _ 시 「가을바람 앞에서」 중에서
… 사랑이 굶주린 짐승처럼 서로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 풍요로운 가을처럼 가진 것을 같이 쌓아 올릴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 그리하여 삶의 여정에서 우리의 사랑이 곧 삶이고 / 매 순간의 삶이 곧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주소서 _ 시 「부부의 기도」 중에서
슬픈 날 / 점은 내가 들어가 사는 집이야 / 커다란 진흙 덩어리 공간, 초원이지 … 거기선 언제나 알록달록한 표범이 달리고 있거든 / 싱싱한 어둠을 밀어내면서 / 지치지 않는 정신으로 질주하지 … 내가 나로서만 달리는 초원이야 _ 시 「슬픈 날의 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