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등을 밟고 걸어간다 // 야자수 매트가 곡선 따라 이어지고 // 등허리에 듬성듬성 돋은 비늘처럼 // 억새들이 // 늦가을 칼바람에 제 몸을 맡기고 있다 // 포근하게 엎드린 능선 따라 // 물매화 쑥부쟁이 꽃향유가 피어 있다 … 여린 살을 슬쩍 어루만지는 순간 // 은은하게 풍겨 나오는 너의 냄새 // 너는 가을의 향기를 몸속에 품고 있었다 // 늦가을 물기 마른 햇살 아래 // 가을의 향기를 품어 내고 있었다 - 시 「가을의 향기」 중에서
경험이 아닌 개연성이나 추측만으로 시를 쓴다면 시인 주변의 사람들이 이 시는 가짜다, 라고 금방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김 시인은 순수한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보고 느끼며 표현되는 시구들도 결국 그 사물과 동화된다. 그리고, 자신의 앎을 현학적인 표현으로 내세우려 하지 않고 유려한 언어의 유희나 미사여구로 꾸며 놓으려 하지도 않는다. 낯설게 하기나 말장난 따위로 지나친 숨김의 미학을 동원하지도 않고 경험의 소산과 참신한 자기만의 언어, 위의 시들처럼 잘 전달되는 그 쉬운 언어들로 시의 집을 꾸며 놔서 읽는 사람들이 그 집에 쉽게 들어가 편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한다. - 해설 ‘고향과 뿌리의 생명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