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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운이라는 것

    • 저자
      채내희
      페이지
      346 p
      판형
      140*200 mm
      정가
      13000원
    • 출간일
      2019-12-03
      ISBN
      979-11-5776-807-3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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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가족의 해체와 실업의 위기에 놓인 노인, 당첨되었을지도 모를 복권을 찾아 헤매는 사내, 사업에 실패한 기러기 가장 등 살아가며 한 번쯤은 일상에서 만나 보았을 법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때론 따뜻하고 때론 냉정하며 실재감 넘치는 소설집.
10편의 소설과 3편의 우화를 담고 있으며,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일상의 소재를 흡인력 있는 글 솜씨로 풀어낸다. 이토록 생생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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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인천에서 태어났다. 스물여섯에 공무원에 들어가 말년에 충주보훈지청장, 안중근의사기념관 사무처장을 지냈다. 공직에 임하면서 나름 진정을 다한다 했으나, 뒤돌아보니 유난을 떤 것일 뿐 이루어 놓은 게 없다. 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몇 편의 소설을 지면에 발표했고, 책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다가 멀리 보이는 인천 송도에서, 아내와 바쁠 것 없이 살고 있다.

이메일 echo2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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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김 노인의 추석
행운이라는 것
바디 엄마
환생
조오를 생각함
구월동시대
우화삼제(寓話三題)
길었던 하루
선상일기
해갈
뤼순에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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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천성이 착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세상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 대신 희망을 택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가정’이라는 단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인은 평생을 노력해 왔다. 사회의 냉대, 거칠고 험한 일, 보잘것없는 월급 같은 것들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인이 기꺼이 감수해야 할 과정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다를 것이라고 노인은 믿었다. 그러나, 노인에게 ‘가정’은 신기루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굳은살과 상처 자국이 가득한 손바닥을 들여다보던 노인은 문득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미국은 저 하늘 어느 아래쯤 있을까. - 「김 노인의 추석」 중에서

 

오는 지상으로 올라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쌀쌀한 공기가 얇은 셔츠만 입은 오의 살갗을 파고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는 퇴근해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있었다. 오는 이제 더 해 볼 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 설사 더 찾는다고 해도 복권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오는 별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디엔가 있을 17억짜리 복권이 오의 눈에 어른거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대체 그 복권이 어디 갔단 말인가? - 「행운이라는 것」 중에서

 

당신은 류를 생각한다. 3년 전 금융기관 임원으로 명퇴한 후 하릴없이 지내던 동창이었다. 매사에 명랑하고 자신만만하던 그는 퇴직 후 갈수록 말을 잃었다.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아.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야. 가끔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살을 꼬집어 보기도 한다니까. 동창 모임이 있던 날 영등포시장 뒷골목 술집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그가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 「환생」 중에서

 

문을 열자 거센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검은 바위로 뒤덮인 해안에 파도가 거칠게 부서져 하얗게 물보라가 일었다.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물 알갱이에서는 짭짜름한 바다 냄새가 났다. 바위 틈새로 드문드문 낚시꾼들이 보였다. 도로에서는 보이지 않던 뜻밖의 광경이었다. 사나운 파도와 마주한 채 묵묵히 서 있는 낚시꾼들의 모습은 고행을 떠나는 수도승처럼 무겁고 엄숙했다. - 「길었던 하루」 중에서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는 거실 한쪽에 있는 어항을 생각하고 있었다. 딸아이가 떠난 후 오랫동안 돌보지 않던 어항이었다. 수초가 성기게 자라 어두컴컴한 어항 속은 깊은 바다 밑처럼 적막했고, 죽은 열대어들이 솜털처럼 형해화한 모습으로 수초 사이를 부유하고 있었다. 예감이었을까. 언젠가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내 육신도 그처럼 깊은 바닷속을 떠돌아다닐 것 같았다. - 「선상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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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때론 따뜻하고 때론 냉정하며 실재감 넘치는,
한 번쯤은 일상에서 만나 보았을 법한 주인공들의 이야기”

화장품회사에 파견되어 박스를 포장하고 라벨을 붙이는 마지막 공정이 주 업무인 김 노인. 간병인을 쓸 수 없는 형편에 김 노인은, 노동운동을 하다 다친 아들의 간병을 자처한다. 손자를 데리고 미국에 간 며느리는 연락도 없다. 곧 돌아오는 추석, 김 노인은 늘 그렇듯 외롭게 지낼 수밖에 없을까?
이 소설집의 첫 번째 이야기 「김 노인의 추석」이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작가는 노인의 일자리 문제, 노인소외 문제, 노동운동, 기러기 아빠, 해체되는 가족 등 여러 사회문제를 녹여 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김 노인의 얘기가 남 얘기 같지 않다. 소설이 아닌 일상에서 일어나는 실제 이야기인 것만 같아, 감정이입을 하며 흡인력 있게 읽힌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당첨되었을지도 모를 복권을 찾아 헤매는 사내, 사업에 실패한 기러기 가장, 운명처럼 개와 함께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 등 한 번쯤은 일상에서 만나 보았을 법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편의 소설과 함께 담긴 3편의 우화는 동화책을 한 번 더 비꼬기도 하고, 도박의 무서움을 웃음으로 깨우치기도 하며, ‘상남자’라는 타이틀에 담긴 뜻을 재미있게 꼬집기도 한다. 생동감 있는 문장력과 더불어, 인물들 각자의 근원과 유년의 기억, 젊음의 상처와 방황, 중년의 허무와 실패를 엮어 내는 작가의 미학적 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다.
때론 따뜻하고 때론 냉정하며 실재감 넘치는 이 소설집을 읽으며,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더불어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하며 깊은 자성의 의미를 찾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여러 인간 군상을 간접 체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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