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의 앞마당, 하얀 페인트 울타리, 집 옆 공간엔 작은 텃밭, 집 뒤에는 밤나무, 소나무, 잣나무 등 뭇 나무가 우거진 숲이, 앞마당에서 앞을 보면 어비천이 흐르는 뒤로 크고 작은 나무로 우거진 숲들이 연이은 자태로 병풍을 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우리 집을 둘러싼 아파트군(群)이요, 훤소한 차 소리들뿐인 서울 도시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지내면서, 살면서 자연 마음도 편해진다. (15쪽)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우리의 조상들이 그래 왔듯이 ‘인생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했었다. 61세 회갑을 지내면 온 집안이 기뻐서 자랑스러운 회갑잔치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천수를 다한 나이의 시대에서는 70살이면 정말 오래 사는 것이고 그 사례도 더욱 드물었기에 그러한 말이 전래되어 오늘날까지 내려왔다고 해석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이제는 그 말은 그 생명을 다해 버린 사언(死言)으로 휴지통에 던져지게 된 신세가 됐고 ‘인생백세 고래희(人生百歲古來稀)’라는 신조어로 새롭게 대체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됨은 나만의 앞선 생각일까…. (78쪽)
‘휴먼 헌드레드’ 즉 ‘인간 100세’라는 말이 금세기 초 우리 사회에 회자되더니, 이제는 낯설지 않는 우리 모두의 귀에 익숙한 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그만큼 고령화 사회가 됐고 바야흐로 장수시대로 접어들었단 말이다. 살다 보면 노인이 되는 것은 어느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가능한 한 건강한 노년이 됐으면 하는 희망의 마음을 누구나 갖게 됨은 인지상정이다. 세상살이가 결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러한 의지를 키워 가다 보면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과 같이 마음먹은 대로에 조금은 수렴해 가는 행운이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니까. (103쪽)
차츰차츰, 황금빛의 스카이라인이 봉두(峯頭)에 그어지니 그 장관을 놓치지 않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는 또한, 지척에서 거대하고 웅장하며 장엄한 신들이 산다는 영봉들을 몰아지경에 한참 동안이나 넋 나간 듯 바라보다 「경복45회산우회」 깃발을 앞세우고 벅찬 마음으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빙하더미를 내려다보며 감탄하며 사진을 박기도 하였다. 이 벅찬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트레킹비 본전을 완전히 뽑은 기분이다. 언제 또다시 올 수 있단 말인가…. (135쪽)
어두운 밤이 됐다. 우렁찬 목소리의 거대 행렬이 시청 앞 광장을 지나 광화문 광장에 이르러 우리 대열은 멈추어 그대로 앞에 온 대열 뒤에 서서 대열을 이루었다. 그 넓은 광화문 광장이 촛불을 든 시위 참가자들로 꽉 메워져 조금의 공간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한 수많은 차분한 군중들로 인해서인지 뜨거운 열기도 느껴지기도…. 거대한 축제 분위기가 광화문광장의 공간에 휘덮여 깃을 틀고 있었다. 한마디로 천지를 진동시키는 함성이 함께하는 거대한 촛불집회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고, 나로선 가슴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이 솟구쳐 왔었던 것이다. (191쪽)
사서삼경은 우리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지혜의 자양분을 제공해 주는 동양철학의 정수(精髓)를 담은 녹슬지 않는 영원한 보고(寶庫)요 순전한 생명 에너지로 가득 차 마르지 않는 오롯한 옹달샘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는 한 권으로 된 사서삼경을 내 책상 위의 서고에 항상 정중히 모셔 두고 있다. 생이 다할 때까지 꾸준히 수시로 벗하면서 그 지혜의 자양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