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건축 디자인 문화는 작은 땅덩어리, 토지와 주택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던 부동산 투기가 낳은 것이다. 고층 아파트는 미국과 유럽에선 빈민 주택으로 인식되는 반면, 한국에선 한강에 현대 건설이 아파트를 지을 때부터 신분의 징표이며 부의 표출로 여겨졌다. 살기 위한 집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팔기 위한 아파트만 남은 터전 위에 독창적이거나 아름다운 건축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생길 수 없다.
나의 건축 철학은 목적에 맞는 사람을 품는 건축이다. 모든 건축물은 독립적이지 않고 주변의 환경과 연관되어 있다. 새로운 건축물 하나로 주변을 모두 살릴 수도 있고, 반대로 둘 다 죽일 수도 있다. 저 홀로 아무리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해도 주변 경관이나 주변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이질감만 줄 뿐이며, 건축물 용도에 맞는 사람을 위한 건축으로 탄생시키지 않으면 불편함을 초래할 뿐이다 (65페이지)
쇼셜 믹스(social mix)란 건축가가 단지계획을 할 때 사회 적·경제적인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설계하는 계획기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사용자들은 이 런 설계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대한 건축 심리학적 연구와 대안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회 인식과 디자인 철학이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한집에 오래 살면 세금도 없어야 한다. 살았던 연 수에 따라 세금도 달라져야 한다. 그만큼 생업에 열중하 고 사회 가치를 교란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사는 것에 대한 보상을 정책에 반영해 주었으면 좋겠다 (131페이지)
도시가 포화 상태인 지금, 사람 사는 영역을 위한 느슨한 계획이 필요할 때다. 도시재생을 구현하여 적극적으로 활 용할 때이다. 사람 사는 열린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나 는 형태만 지어 이윤만 추구하고 팔아 버리는 집을 ‘집 장 삿집’이라고 표현한다. 집의 가치를 사람이 사는 공간, 사 람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을 바꾸어 축조해 갈 때 오 히려 이윤은 더해 갈 것이다. 주택 신축 관련자(판매자)들 은 사는 집의 가치가 종국에는 더 크게 인정받음을 고려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