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끝 이름도 생소한 섬 ‘고금도’에서
자연을 노래하고 일상을 그림에 담아낸 제2의 인생 이야기”
이 책은 2002년 3월, 정년퇴직한 남편과 함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독에 떠 있는 섬 고금도를 찾아 수수하게 집을 지어 이사한 여인의 제2의 인생 이야기가 소소하게 담긴 수필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모르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몰랐던, 친척과 지우들, 고향을 멀리 떠나 남쪽 끝 이곳에서 저자는 자연을 벗 삼아 새 인생을 설계하며 아름다운 시를 쓰고 따뜻한 글을 적고 행복한 그림을 그린다.
총 77편의 글 안에는 때로는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행복의 노래가, 때로는 고독과 힘든 노동으로 지친 일상이 따뜻하고 정감 있게 담겨 있다. 발동을 끄지 않은 경운기가 덜덜덜 새벽공기를 진동하는 굉음을 내며 서 있는 풍경, 나오려는데 떡국 끓여 먹으라고 가래떡, 굴 두 봉지에 이것저것 한보따리 싸 주는 시골 인심, 산 자도 죽은 자도 곁에 있는 공존하는 곳, 바닷가 아늑한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겨울의 하얀 풍경, 바다오리들이 무리지어 노니는 한가로운 풍경 등이 이 책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
“요정의 지팡이 끝에서 나온 빛처럼 내게 나타난 반딧불이가 내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는 표현처럼 독자는 정겹고 가슴 따뜻해지는 이 책을 통해 도시 생활로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반딧불이 같은 이 책은 굴과도 같아서 “싱그럽고 짭짜름한 바다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것처럼, 가득 품고 있는 바다와 섬 이야기가 때론 싱그럽게 또 때론 짭짜름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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