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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임당의 비밀편지

    • 저자
      신아연
      페이지
      217p
      판형
      146 * 206 mm
      정가
      13,000원
    • 출간일
      2016-12-01
      ISBN
      979-11-5776-326-9
      분류
      문학
      출판사
      책과 나무
    •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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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임당이 여자였나? 500년 편지에 풀어놓은 불륜에 얽힌 사임당의 고백
‘여자라면 사임당처럼’- 현숙한 아내, 현명한 어머니의 대명사이자 모범적 여성상의 상징인 신사임당에 대한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과연 그런 삶을 살았을까? 속속들이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이른바 천생 여자였을까? 이 소설은 역사와 시대가 들씌운 사임당의 고착된 이미지 이면에 눈길이 닿아있다. 천성대로, 생긴대로 살다 간 ‘인간 사임당’의 민낯과 속마음을 자필 편지를 통해 고백적으로 드러내게 했다. 마침내 사임당은 왜곡된 과거를 벗고 편견 없는 현재 속으로, 또한 열린 미래를 향해 새로운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 시대를 초월하여 뭇 여성들의 ‘왕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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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나온 후 호주동아일보와 호주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지금은 자유칼럼그룹과 자생한방병원에 기고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비롯, 『내 안에 개있다』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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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 성숙
2부 - 고독
3부 - 환희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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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소개
자신의 영혼에 지금 누군가가 장난을 걸고 있다. 아니, 내 몸으로 들어와 산 자들과 무언가를 소통하길 원한다. 이런 것을 두고 빙의라고 하는 걸까. 도대체 어떤 영혼이 지금 내 영혼에 옮겨 붙기 위해 이런 수작을 걸고 있단 말인가.
이혼 수속에 필요한 법적 별거 기간인 1년을 채우는 동안 인선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혼자된 상황을 견디는 것이었다. 애초 시드니에서 가방 두 개 걸머쥐고 서울에 왔을 때부터 철저히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선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거리를 걷고, 혼자 주말을 보냈다. 그렇게 혼자 1년을 지내고, 2년을 버티고, 3년을 살아냈다. 어느 모임에서 인선은 같은 또래의 독신녀를 만난 일이 있었다. 물론 초면이었다.
“댁은 말하자면 배냇병신이군요. 나는 살다가 병신 된 거고요.” “네?” “그러니까 댁은 결혼 않고 지금까지 주욱 혼자 살았으니 원래부터 팔이 하나 없는 상태로 산거나 마찬가지고, 나는 늘 두 팔로, 그것도 자그마치 25년간 생활하다가 갑자기 팔 하나를 잃은 느낌 이란 거죠.” - 본문 20쪽
자, 이러고도 내가 양처라고 할 수 있겠어? 칠거지악을 어기고 재혼하지 말라는 말을 했대서가 아니라 남편 내조라고는 거의 한 게 없었으니까 하는 소리야. 남편이 집에 붙어 있지를 않은데다, 나는 나대로 거의 20년 가까이 강릉에서 친정살이를 하느라 같이 살지를 않았던 거야. 남편은 한양에서 이미 다른 여자 치마폭에 휘감겨 있었거든. 친정아버지 돌아가신 후론 사위 노릇할 일도 없었고, 나중에 파주 살 때나 이따금 들렀으니 부부의 틈은 벌어질 대로 벌어졌는데 꼴 보기 싫은 건 당연한 거 아냐? 둘 사이가 어색 하지 않으면 얼음 같은 냉기가 도는 판에 무슨 내가 내조의 여왕이냐고? 바가지의 여왕이라면 모를까. 마땅히 하는 일도 없이 밖으로 빙빙 도는 남편을 살갑게 해 준 적도 없는 나 같은 여자에게 양처라는 말을 붙이는 건 좀 그렇잖아. 내 남편한테 물어봐. 자식 키우고 자기 일에는 열성이었지만 남편은 찬밥 취급했다고 할 걸. ‘양처는 무슨 얼어 죽을…….’이럴 거야. -본문 41쪽
남편과 아이들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다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사실 행복한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것이 다가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남편으로도, 아이들로도, 돈으로도, 건강으로도, 젊음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깊숙한 자아의 서랍, 혼자 발견하고 혼자만이 길어 올릴 수 있는 깊은 자아의 샘 같은 곳이었다. 환경이나 조건과는 무관하게 본래의 나를 만날 수 있는 통로 찾기 같은 것이었고 상황이 나쁠수록 자신을 버티게 하는 근원, 원천 같은 것이었다. - 본문 57쪽
남편과의 관계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다만 탈선의 위기를 인선은 감지했고 남편은 그렇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 부부상담 등 전문가의 도움을 여러 차례 받아보길 원했지만 인선이 절박하게 매달릴수록 남편은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세상에 완벽한 부부가 어딨냐고, 겉보기에는 좋아 보여도 속은 다 마찬가지라고, 당신만 좀 참아주면 우리 가정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로 갈등을 회피하곤 했다.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이혼을 생각하고, 이혼을 앞두고, 이혼을 마무리한 후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점검하느라 인선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사임당은 인선이 아들로부터 이혼 확정 통보를 받은 그 밤에 찾아왔다. 이혼은 관계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도대체 어떻게 관계를 맺어 왔기에 그 관계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산다는 것은 결국 관계 맺기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 관계의 실패 앞에 인선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는지 머릿속을 헤집게 되는 것이었다. - 본문 76쪽
어린 아들 이원수는 일고여덟 살 때부터 빈 방에 홀로 방치되어 매일 저녁 떡을 팔고 엄마가 돌아오시기만 기다리는 외로운 소년으로 자랐던가 봐. 공부도, 예의범절도, 가정교육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야. 의지박약에다 우유부단하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고, 그러면서 늘 기가 죽어지냈지 싶어. 소극적이면서도 욕구불만을 안으로 감춘, 무기력과 우울증으로 분노를 포장하고 눈치와 주눅으로 한평생을 살 위인. 하지만 그런 류의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바탕 심성은 나쁘지 않았어. 적절한 보호와 관심만 받았어도 그저 평범하고 무난하게 한세상 살 사람이었지. 하지만 단언컨대 그랬다 해도 나하고는 안 맞는 사람이었을 거야. 그 사람은 나하고 그릇의 질이 다르고 크기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 본문 95쪽
그렇게 남편은 이따금 집에 들러 내 배에 씨를 뿌리고는 또 훌쩍 떠났어. 남편이 공부를 아예 접었다는 건 첫 과거 응시 때 짐작을 했지만 무얼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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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500년 편지에 풀어놓은 사임당의 당당한 고백
아내·엄마가 아닌 여자로서의 사임당, 그녀가 감춰둔 비밀은…”
신혼 초부터 시작된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25년간의 결혼 생활을 황량히 끝내고 황혼 이혼을 결심한 인선. 그녀는 변호사인 아들을 통해 이혼 확정 통보를 받은 날 밤에 찾아온 신사임당으로 인해 ‘온라인 빙의’의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500년간 묵은 체증을 하룻밤 편지에 쏟아내는 사임당의 허물없는 대화와 속내를 통해 인선의 상처받은 내면도 새롭게 치유되고, 마침내 사임당은 가슴속 깊숙이 감춰 뒀던 불륜과 미완성 산수화의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데…….
문화관광체육부과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6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된 『내 안에 개 있다』의 저자 신아연은 첫 소설인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쓴 후 “화가가 자화상을 그리듯 작가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전적이며 고백적인 소설은 몇 권의 소설을 내고 난 다음에 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자전적 내용을 첫 소설로 내게 되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신 작가의 시대적·개인적 아픔에 안타까움 어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독자라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줄 것이다.
이 소설은 16세기를 살다간 사임당과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선의 비밀스러운 내면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드러내고 있다. 두 사람의 깊고 뜨거운 속내와 열정적 호흡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하며 둘의 인생을 통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 냈다. 변화하는 현재에 고정된 과거를 투영시켜 열린 미래를 보여 주는 이 글을 통해 조선시대의 박제화된 신(申)사임당이 21세기의 신세대 신(新)사임당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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