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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설계사

20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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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문학나눔 소설부문

“기묘하고 공포스러운 환상을 일상 속에 침투시키다!

현실과 환상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펼쳐지는 여덟 가지 단편소설”

 

 

이 책은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내밀하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표제작인 「감옥 설계사」에는 독재자를 위해 평생 동안 감옥을 설계해 오다가 결국 쓰레기들로 둘러싸인 자신만의 감옥에 스스로를 유폐한 감옥 설계사가 등장한다. 감옥 설계사는 역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감옥뿐만 아니라 자신이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낯설고도 이색적인 감옥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없이 길고 환한 복도의 끝」에서는 자신의 방이 점점 환한 빛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침범당하는 옥탑방에 사는 남자와 반지하방의 여자가 등장한다. 이들이 처한 현실은 어둡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의 남루한 개인적 공간은 점점 더 눈부신 빛에 싸여 사라져 간다.
「벽과 마스크, 그리고 귀」에는 사람들을 몰래 도청하던 그가 어느 날 작업실 벽에 움푹 파인 마스크를 보면서 경험하는 신비로운 사건들을 소개한다. 주인공은 오직 자신의 눈에만 드러나는 마스크에 얼굴을 들이밀면서 일종의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
앞의 세 작품이 단편이라면 「탈피」는 엽편소설로 며칠째 이어져 오던 야근을 끝마치고 돌아온 남자가 인터넷 방송에 접속하면서 겪는 공포를 다루고 있다. 남자는 누군가가 보여 주는 화면을 통해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일하던 자신의 자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끔찍한 덩어리가 꾸물거리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계속 덩어리를 지켜보던 남자는 어느새 기괴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진실을 목도한다.

이외에도 본 단편집에는 단단하고 변함없다고 여겨지던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면서 재구축되어 낯설고도 기이하지만 눈을 돌릴 수 없게 하는 세계가 펼쳐진다. 여기에 수록된 8편의 단편은 일종의 볼록거울이자 오목거울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불과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자리한 비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